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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폭스바겐, 다시 보는 엔론스캔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15 16:53

수정 2015.10.15 16:53

[여의나루] 폭스바겐, 다시 보는 엔론스캔들

필자의 기억으로는 2001년, 한참 국내에 코스닥시장의 붐이 최고조일 때로 기억한다. 최고의 자본시장 시스템을 가진 미국에서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미국 텍사스주의 에너지회사인 엔론이라는 상장기업이 사상 최대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질러 파산에 이르게 된 것이다. 미국 포천지에 의해 6년 연속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되어 상을 받은 지 2주 만이었는데, 한때 90달러를 넘던 주가는 30센트까지 추락하고 만다. 수년간 차입에 의존해 무리하게 신규 사업을 확장해 가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자 이를 감추기 위해 위장회사, 즉 특수목적회사(SPC)를 만들어 막대한 그리고 지속적인 분식회계를 한 것이 2001년 발각된 것이었다.

당시 엔론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제프리 스킬링은 징역 24년4개월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뿐만 아니라 회계부정에 관여한 세계 굴지의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부과된 막대한 벌금과 투자자 소송으로 인해 결국 공중분해되고 만다. 엔론 스캔들은 희대의 기업사기사건으로 기록되었고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단속과 형벌을 대폭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2002년 제정된 사베인스-옥슬리법이 바로 그것이다. 기업의 투명성과 신뢰 증진을 통해서 투자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강력한 규제로, 지금까지 글로벌 스탠더드화되고 있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필자가 최근 벌어진 폭스바겐 사태를 보면서 자꾸만 유럽식 엔론 스캔들을 다시 보는 듯 느껴지는 건 이 또한 너무도 큰 파장을 몰고올 대규모 기업사기행각이라고 판단해서다. 피해규모도 추산하기 힘들 정도로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다분히 의도적인 사기이기 때문에 향후 자동차산업을 넘어 많은 제조업에 규제강화도 예상된다. 또한 유럽 경제를 이끌고 있는 독일의 경제와 자존심은 얼마나 크게 상처받겠는가. 폭스바겐(Volkswagen)은 문자 그대로 국민차란 뜻이다. 히틀러의 주도 아래 대량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국민의 차이기 때문에 독일의 얼굴과도 같다고 한다. 이제 독일을 넘어 세계 자동차시장의 선도기업으로서 '믿고 탈 수 있는 독일 차'란 상징으로 비쳐져 왔다. 근래에는 클린디젤이라며 친환경 고성능 자동차 개발의 선두주자였다. 그런 폭스바겐이, 그것도 클린디젤 부문에서 부정직한 사기행각을 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상상할 수 없는 피해보상은 물론이거니와 형사처벌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지난 10년간 폭스바겐그룹을 세계 1위의 자동차회사로 성장시킨 그룹 CEO의 퇴임성명이었다. 아직도 사태의 폭발력을 체감하지 못한 인상이고, 그 어디에도 투자자와 소비자에 대한 진심어린 반성은 없어 보였다.

우리에게도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사회적 파장이 큰 기업윤리 문제가 심심치 않았다. 이번 사태만을 보더라도 정직하지 못한 기업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기업은 반드시 정직해야 한다. 탐욕과 거짓으로 소비자를 속이는 기업은 절대 오래갈 수 없다. 나아가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가경제에 바로 전가되기 때문에 기업 하나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가 최초로 사용한 프로슈머(Prosumer)란 말이 있다.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대사회에선 소비자 위에 군림하는 생산자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뜻일 게다.
아무쪼록 이번 사태가 우리 기업에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소비자를 최우선시하는 경영행태를 공고히 하는 반면교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의동 전 예탁결제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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