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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제2의 연남동'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가보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28 17:25

수정 2015.10.29 08:14

"연예인 투자 러시에 유명세.. 상가 임대료 2배 껑충"
연남동 대안으로 떠올라 매매가 3.3㎡당 1000만원↑
기존 세입자 임대료 가중 밀려나는 상인들도 생겨
주택과 공장건물만 있던 예전의 모습과 달리 작은 카페와 공방 등이 들어서며 '제2의 연남동'으로 주목받고 있는 성동구 성수동 일대. 1년 새 상가 건물 등에 대한 투자성 매입이 급증하면서 건물 매매가가 3.3㎡ 당 1000만원 이상 오르기도 했다.
주택과 공장건물만 있던 예전의 모습과 달리 작은 카페와 공방 등이 들어서며 '제2의 연남동'으로 주목받고 있는 성동구 성수동 일대. 1년 새 상가 건물 등에 대한 투자성 매입이 급증하면서 건물 매매가가 3.3㎡ 당 1000만원 이상 오르기도 했다.

"이 동네 투자하러 왔는데 분위기가 어때요?"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공인중개사무소를 찾은 이모씨(66)는 "20억원 규모로 성수동에 투자할 곳을 찾고 있다며"며 "유명 연예인의 매니저에게 요즘 연예인들이 성수동에 단독주택이나 상가건물을 사는 것이 유행이라는 소문을 듣고 왔다"고 말했다.

소규모 공장이나 다세대주택이 밀집해 있던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가 '제2의 연남동'으로 뜨고 있다.

28일 기자가 찾은 성수동 일대는 작은 카페와 공방 등이 들어서면서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었다. 1년 새 주택.상가 건물에 대한 투자성 매입도 급등했고 매매가도 대지면적 3.3㎡ 당 1000만원 이상 올랐다.

임대료 부담이 커지면서 기존 상가 세입자들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도 심화되고 있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임대료가 저렴한 도시에 독특한 분위기의 갤러리나 공방, 소규모 카페 등의 공간이 생기고 상점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임대료가 치솟아 기존 세입자들이 집값이나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동네를 떠나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제2의 연남동'으로… 투자 몰리며 매매가도 급등

성수동 서울숲2.4가 일대에는 이전과 달리 어린 자녀들과 서울숲을 산책 온 젊은 주부들이나 20~30대 남녀들이 눈에 띄었다. 주택 건물이 대부분이었지만 군데군데 아기자기한 외관을 가진 카페나 음식점, 사회적 기업의 사무실도 볼 수 있었다.

성수동 음식점을 찾은 대학생 최모씨(21)는 "인터넷에 추천하는 글이 많아 시험도 끝난김에 이곳(성수동)에 왔다"며 "아직 상점이 많진 않지만 평범한 골목길 사이에 예쁜 건물이나 귀여운 카페가 있어 산책하기 좋다"고 말했다.

지역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성수동 일대의 단독주택과 상가 건물에 대한 투자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유명 연예인들의 투자도 눈에 띄었다. 지역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배우 원빈은 대지면적 231㎡의 상가 건물을 21억원에 매입했고 권상우도 지난 4월 인근 건물을 사들였다.

성수동 지역에 건물을 매입하는 투자자들은 한결같이 이곳이 이제 '제2의 연남동'이 될것으로 전망했다.

M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많은 투자자들이 경리단길이나 가로수길에도 건물을 갖고 있는 자산가"라며 "이미 사람들이 많이 찾는 연남동 등의 대안으로 고즈넉한 분위기를 갖는 성수동을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밑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건물의 매매가도 급등했다. 1년 전 단독주택이 대지면적 3.3㎡ 당 2500만~26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3.3㎡ 당 3600만~3800만원 정도에 거래된다. 대지면적 3.3㎡ 당 3000만원대 중반에 거래되던 상가 건물도 최근에는 대부분 3.3㎡당 4000만원이 넘고 5000만원을 부르는 곳도 생겼다.

성수동 J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2005년 자연공원 서울숲이 들어선 후 지역 분위기가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며 "서울숲 바로 앞에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갤러리아 포레'가 입주하고 인근에 '두산 트리마제' 등이 공급되면서 주거 환경이 좋아졌다"고 전했다.

■기존 상가 세입자들 이전 고민

지역 분위기가 달아 올랐지만 상가 세입자들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지난해 이 지역에 음식점을 차린 김모씨는 반년도 안 돼 두 배 이상 오른 임대료 때문에 매장 이전을 고려중이다 올 초까지 공급면적 66㎡ 남짓한 상가의 임대료가 70만~80만원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150만원 이상으로 올랐고 집주인이 200만원까지 요구하는 곳도 생겼다. 다른 곳보다 일찍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중개업자들이 상가의 임대료를 올리라고 부추기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상가 건물을 갖고 있는 한 지역 주민은 최근 "상가 임대료를 지금의 두 배 이상으로 받아 주겠다"는 한 공인중개사무소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


지난 22일 서울시는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성동구도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지난달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였던 미국 뉴욕의 소호지구도 시 차원 정책을 펼쳤지만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막을 순 없었다"며 "주민 공동체와 자치단체가 협력해 건물을 공공매입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