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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입니다] (16) 차별받는 장애인 "몸 불편하다고 월급 고작 49만원.. 반말·무시는 더 서럽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16 17:48

수정 2015.11.16 22:11

10명중 1명 月 10만원 이하 장애인 시설 갖춘 곳 70%뿐
돌보는 가족들 고통도 심각 장애인 자녀와 목숨 끊기도
朴정부 공약 이행은 낙제점 중복 핑계로 복지도 줄일판
[나는 대한민국 ○○○입니다] (16) 차별받는 장애인 "몸 불편하다고 월급 고작 49만원.. 반말·무시는 더 서럽죠"
[나는 대한민국 ○○○입니다] (16) 차별받는 장애인 "몸 불편하다고 월급 고작 49만원.. 반말·무시는 더 서럽죠"
저는 장애인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교통사고를 당해 몸을 가누기 힘들어졌어요. 우리나라 정부에 등록된 장애인 수는 250만명가량 된다고 하던데 저는 그들 가운데 한 명인 셈입니다. 사실 자라면서 우리나라엔 장애인이 별로 없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장애인들은 집 '안'에서 '밖'으로 나가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잘 나오지 않았던 거죠. 장애인들은 번듯한 직장은커녕 최저임금을 받는 일자리조차 구하기 힘들고, 장을 보러 잠깐 외출하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어요. 많이 나아졌지만 인프라나 제도도 아직은 부족함을 느끼고, 사람들의 눈총도 여전히 따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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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는 바라지도 않아

장애인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말은 하루이틀 이야기가 아니에요. 장애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기 위해선 이동과 접근이 편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습니다.


통계청 자료를 찾아보니 지난 2013년 기준으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은 70%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지난 2003년에 75%였던 것에 비하면 오히려 뒤처진 것이죠. 물론 설치대상 시설이 1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했지만 그만큼 경제규모도 성장했고, 예산도 늘어났습니다.

그나마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장애인 근로자들은 어떨까요. 최근 뉴스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장애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해보니 월 평균 임금이 49만5220원으로 조사됐다고 들었습니다. 올해 최저임금 월급은 약 116만원입니다.

사실 장애인들은 단순업무를 많이 하기 때문에 50만원가량의 월급도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월급이 10만∼30만원은 35.8%, 30만∼50만원은 15.8%, 10만원 이하도 11.0%로 조사됐습니다. 그나마 일하는 장애인들의 대다수가 30만원 이하의 월급을 받는 게 현실입니다.

취약한 근로요건이 더 큰 문제입니다. 일반적 직장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반인권적 처우를 받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악취·추위·더위로 일하기 힘들다(28.6%), 허리와 어깨가 아프다(32.3%)고 어려운 근무환경을 토로한 사람들도 많았어요. 또 직원들이 반말을 사용한다(12.5%), 무시하거나 야단친다(11.2%)며 반인권적 행위를 경험했다는 답변도 적잖게 나왔습니다.

신문을 보면 잘사는 나라들이 모였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선 평균적으로 성인 인구 7명 중 1명(14.3%)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만성질환이나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통계청 자료). 반면 우리나라는 장애출현율이 27개 회원국 중 가장 낮은 6%가량이에요. 우리나라는 등록장애인구를 통해 장애출현율을 파악하기 때문이죠. 그만큼 우리 사회가 장애에 대해 매서운 눈길을 보내고 있음을 수치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반복되는 가족들의 비극

사실 장애인 본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의 고통도 이만저만 큰 게 아닙니다. 사회복지사님의 말씀을 들어보면 장애인 자녀와 함께 복지관을 찾는 부모들의 가장 큰 바람 가운데 하나가 자식보다 하루만이라도 더 살다가 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 지난 4월과 8월엔 각각 70대 노부와 노모가 장애를 가지고 있는 40대 아들을 죽이는 일이 있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이들 노부모가 장애인 자식을 살해한 이유로 들었던 것이 본인들이 죽으면 돌봐줄 사람이 없어 다른 가족에게 부담이 되거나 더 힘겨운 삶을 살아갈까 걱정이 됐기 때문이라더군요. 또 지난해 12월엔 현직 여자 경찰관이 생후 1개월 된 아들과 함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뉴스도 있었어요. 아들이 클라인펠터 증후군 판정을 받아 괴로워하던 여자 경찰관이 아들을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으로 기억합니다.

목숨을 끊어야 할 정도로 가족의 일원이 장애인일 때 겪어야 하는 가족들의 고통의 무게가 크다는 얘기겠지요. 통계청 자료를 봐도 장애인을 돌보는 사람은 배우자, 부모, 자녀 등 가족인 경우가 73% 이상으로 절대적입니다. 국가 지원에 의한 활동보조인이나 요양보호사는 다 합쳐야 10%를 겨우 넘는 수준이에요.

문제는 국가의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여기는 장애인과 가족들이 많다는 겁니다. 활동보조인만 보더라도 정부가 지원해주는 활동보조인 활동시간은 최대 13시간, 부양의무자가 소득이 있을 경우엔 최대 월 20만원가량의 본인 부담금도 내야 합니다. 장애연금도 장애등급 1~3등급만 해당되고, 소득 하위 70%까지만 받을 수 있죠.

이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가족이 점점 늘어나 비극이 좀처럼 줄지 않을 거라는 얘기도 많이 들립니다.

■법·제도는 여전히 낙제점

환경은 나아지지 않고 제자리이거나 악화되고 있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입니다.

지난 10일 332개 장애인단체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박근혜정부의 장애인 관련 공약 이행에 대한 만족도로 5점 만점에 1.94점을 줬다고 합니다. 낙제점이죠. 정부가 장애인등급제 폐지를 여러 차례 약속했지만 결국 중·경으로 단순화하는 데 그쳤다는 점, 이른바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에 대한 구체적 실천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을 주요 이유로 들었더군요.

장애인등급제의 경우 폐지 요구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사람의 장애등급을 나누고 복지서비스를 차등하면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지적 탓입니다. 판정기준도 통증 등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고 외적인 부분만 본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습니다.

최근엔 더 우려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걱정이 큽니다. 정부가 복지재정 효율화와 지방자치단체의 유사중복 복지사업 정비를 내걸고 복지사업을 축소하는 방침을 정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자격이 없는 사람들한테 국민의 세금이 무분별하게 지원되거나 낭비되는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정부의 지원금에 생계와 생활이 달려있는 이들에겐 도움의 손길이 계속 이어졌으면 합니다.
어느 누구도 결코 장애인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살아가면서 장애인이 된 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장애를 얻은 이들보다 더 많기 때문입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이 기사는 우리나라의 장애인 현실을 통계청 등의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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