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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열정같은 소리 하고 있네' 주인공 박·보·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16 18:00

수정 2015.11.16 18:00

데뷔 초 감독님한테 대본으로 머리 맞았을때 딱, 깨달았죠. 열정만으로 되는건 아니구나 !
연예부 수습기자, 도라희 "열정만 있으면 못할 게 뭐가 있냐고 다그치는 부장, 하루에도 몇번씩 사표 쓸 생각만 나네요."
10년차 연기자, 박보영 "10년동안 생각만큼 못한 것 같아 아쉽지만, 올핸 열정적으로 활동했어요. 후회가 전혀 없네요."
새 영화 '열정같은 소리 하고 있네' 주인공 박·보·영


영화 제목이 '열정같은 소리 하고 있네'다. 감정을 실어 읽어보자.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갈 만하다. 열정과 최선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지만 그것만으로 불가능한 일이 더 많다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다. 비관이 아니라 현실직시다.

이 작품에서 연예부 수습기자 도라희 역을 맡은 배우 박보영(25)도 같은 생각이었다. "솔직히 열정만 가지고 다 되는 세상은 아니죠. 많은 분들이 영화 제목에 공감하시는 것도 그 때문 아닐까요?"

도라희는 명문대 신문방송학과를 과톱으로 졸업하고도 취업의 문턱에서 번번이 미끄러지다가 간신히 사원증을 목에 건 사회 초년생이다.
취업만 하면 행복 시작일 줄 알았는데, 극중 '영혼 탈곡기'로 불리는 하재관 부장(정재영 분)은 "열정만 있으면 못 할 게 뭐가 있냐"며 도라희를 극한으로 몰고 간다. 툭하면 "관둘거면 지금 빨리 관둬라, 너 말고도 기자 하고싶은 사람 많다"며 무시하고 뱉는 말의 태반이 욕이다. 하는 일마다 사고를 치면서도 할말은 따박따박 하는 도라희는 그런 부장 밑에서 하루에도 몇번씩 사표 쓸 생각을 한다. 실제 나이보다 어린 역할을 많이 맡아왔던 박보영은 또래인 도라희를 만나 물오른 연기를 펼친다.

지난 13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보영은 "도라희를 연기하면서 데뷔 초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을 시작했으니까 뭐가 뭔지 모를 때였어요. 숟가락 젓가락은 막내가 놔야 한다는 기본도 몰랐으니까요. 연기는 말할 것도 없죠. 경험이 없다보니 융통성이 없어서 혼나는 일이 수도 없었어요. 감독님께 대본으로 머리를 맞은 적도 있어요. 그때 깨달았죠. 아, 열정만 가지고 되는 건 아니구나…."

현직 연예부 기자가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만큼 영화는 신문사의 생리, 연예기획사와 신문사의 결탁, 기획사 대표와 소속가수의 불공정한 관계 등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우연한 기회로 대형 기획사 대표가 소속 배우를 잡아두기 위해 꾸민 음모를 알게 된 도라희가 '정의'와 '밥그릇' 사이에서 고뇌하면서 영화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새 영화 '열정같은 소리 하고 있네' 주인공 박·보·영


박보영은 "너무 현실적으로 그려진 탓에 연예계 전체가 부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며 "하재관 부장 같은 기자가 극히 일부인 것처럼 엔터테인먼트 세계도 다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웃었다.

"언론과 연예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기 보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작품이에요. 사회초년생부터 치고 올라오는 후배와 압박하는 상사 사이에 껴있는 세대, 윗선 눈치보는 부장까지 아울러요.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죠."

지난 2006년 EBS 청소년 드라마 '비밀의 교정'으로 데뷔한 박보영은 이제 10년차 연기자가 됐다. 일반 기업으로 따지면 과장급이다. 박보영은 "10년차라는 현실을 회피하고 싶다"고 했다. "연기를 막 시작할 때 10년 뒤면 정말 많은 게 달라져있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작품 수도 상상했던 것보다 적고 연기도 생각했던 것 만큼 못하는 것 같아요." 명실상부 20대를 대표하는 여배우로 통하는데, 욕심이 많아서 그런 것 아니냐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에 대한 잣대가 높은 편이라 힘든 것 같다. 이제 현장에서 내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정도 된 것 같다"며 자기를 낮췄다.

사실 올해 박보영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번 작품에 앞서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돌연변이'까지 세 편의 영화를 발표했고 16부작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는 음탕한 처녀 귀신에 빙의된 소심녀 역할을 맡아 색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이렇게 영화를 찍고 선보일 수 있다는 자체가 엄청난 행복인 것 같아요. 작품을 못했던 공백기도 있었으니까요. 올해 만큼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했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뭔가 더 해볼걸, 하는 후회가 전혀 없어요."

다만 "이 작품을, 내가 연기한 도라희를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지 고민"이라고 했다.
"작품을 하나씩 내놓을 때마다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잖아요. 항상 평가받는 직업이라 두렵죠." 직접 전하지 못한 말을 지면을 빌려 하자면, 마음 푹 놓아도 될 것 같다. 25일 개봉.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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