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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테러 예산 추산도 못하는 기재부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17 17:12

수정 2015.11.17 17:12

[현장클릭] 테러 예산 추산도 못하는 기재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동조자 5명을 국내에서 감시 중이며, 헤즈볼라 대원들이 폭탄 원료를 밀반입하려다 실패했다."

지난 14일 1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프랑스 파리 테러가 발생하기 전 국가정보원이 국회에 보고한 내용이다. 심지어 비슷한 시점에 IS 연계조직이 서울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테러를 할 것이란 첩보가 돌아 당국이 긴장한 일도 있었다.

이는 우리나라도 더 이상 무차별적인 테러 위협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IS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테러 활동에 동참한 62개 나라를 IS가 저항해야 할 '십자군 동맹'이라 칭하고, 여기에 우리나라도 포함시켰다. 외교부가 중동 주요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여행경보 조정과 안전공지 강화 등의 재외국민 보호 대책을 만들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권도 분주하다. 여당과 국민안전처, 행정자치부 등은 18일 당정 회의를 열고 테러 대응 실태를 점검한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5일 "당장 내년에 반영할 테러 관련 예산이 있는지 살펴보고, 뒷받침할 규정도 재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출입국 수속 장비나 법적으로 허가된 감청 장비 등에 대해 정부가 예산 증액을 요청하면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나라의 예산을 주무르는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테러 관련 예산이 얼마나 배정됐는지 추산조차 못하고 있다. 실제 복수의 기획재정부 예산실 관계자에게 "정책위가 언급하는 '테러 관련 예산'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명확하게 답변한 관계자는 없었다. "아마 국정원에 물어봐야 관련 예산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다만 국정원은 "국가 기밀사항으로 보안이 걸린 문제라 대테러 관련 예산을 공개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더 큰 문제는 기재부 공무원의 상황 인식이다. 예산실의 한 서기관은 "다른 나라에서 테러가 발생했다고 우리나라가 테러 관련 예산을 증액해야 하는 것이냐"고 말해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의 '테러리즘 척결 관련 성명' 발표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미 국회에선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 △국가대테러활동과 피해보전 등에 관한 기본법안 △국가 사이버테러 방지에 관한 법안 등을 내놓았다. 정치권은 "정부가 예산 증액을 요청하면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제 할 일을 다 했다고 본다. 이젠 기재부가 일을 해야 할 차례다. 당장 내년 테러 관련 예산이 얼마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최근 2년간 우리 경제를 휘청이게 만든 것은 모두 상상치도 못했던 변수들이었다. 작년엔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내수경기가 얼어붙었고, 올해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우리 경제의 목을 졸랐다. 기재부는 뒤늦게야 2016년 예산안에 안전 관련 예산을 확대 반영했다.
테러도 대비해야 한다.

유비무환이라고 했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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