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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은행 성과주의가 팔 비튼다고 확산될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19 16:55

수정 2015.11.19 16:55

주인 있는 경쟁자가 나와서 시장 휘젓는 '메기' 역할해야
은행이 성과주의 도입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현행 연공서열형 호봉제를 실적형 연봉제로 바꾸는 게 골자다.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16일 "기업은행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면 금융노조와 함께 총파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성과급 도입의 시범 케이스로 거론된다.

노조의 반발은 기득권 지키기다.
은행은 다른 업종에 비해 임금.근무조건이 좋다. 호봉제 비율도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하지만 한국 금융의 경쟁력은 전체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금융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2008년 5.88%에서 작년 5.09%로 떨어졌다. 당초 목표인 10%는커녕 되레 뒷걸음치는 꼴이다.

금융당국은 단호해 보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주 제14차 금융개혁회의에서 향후 금융개혁의 핵심과제로 성과주의 확산을 꼽았다. 앞서 지난달 최경환 부총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참석차 페루 리마를 방문한 자리에서 "입사하고 10여년 지나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들 중 일을 안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우리나라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질타했다. 과연 금융당국이 뜻을 관철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 같다. 몸에 밴 습관은 금세 고쳐지지 않는다. 은행 경영진도 눈치껏 시늉에 그칠 공산이 크다. 팔 비틀기는 단기대책일 뿐이다.

당국이 진심으로 성과주의 확산을 원한다면 먼저 은행에 주인부터 찾아줘야 한다. 주인 있는 은행은 정체된 '은행 어항'에서 메기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면 다른 은행들도 생존을 위해 제 발로 따라올 것이다. 마침 우리은행이 민영화를 앞두고 있으니 좋은 기회다. 나아가 곧 출범할 인터넷전문은행에 폭넓은 재량권을 주는 것도 기존 은행권에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중국에선 이미 인터넷 3총사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BAT)가 인터넷은행에 발을 들여놓았다. 우린 연내 한두 곳에 예비인가를 내줄 예정이다.

관건은 은산분리 규제완화다. 현 은행법은 산업자본의 은행 의결권 지분을 4%로 제한한다. 이 법을 바꾸지 않는 한 주인 있는 은행은 기대하기 힘들다. 카카오. 인터파크. KT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인터넷은행을 주도할 수도 없다.
노조의 반발, 야당의 반대 모두 높은 장벽이다. 그래도 하나를 선택하라면 국회를 설득하는 게 낫다.
은산분리 규제를 푸는 것이야말로 금융산업의 체질을 송두리째 바꿀 근본 대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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