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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정상회의] 박대통령, 美·中 편가르기에도 다자 간 FTA 중재 역할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19 22:00

수정 2015.11.19 22:00

TPP·FTAAP·RCEP 등 3가지 사안포괄 갈등 조정
"개방적 지역주의 확보를" 역내 경제활성화 다시 강조
[APEC 정상회의] 박대통령, 美·中 편가르기에도 다자 간 FTA 중재 역할

【 마닐라(필리핀)=조창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쟁점으로 떠오른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포괄적 접근법'으로 해법 모색에 나섰다.

APEC 회원국 정상들은 정상선언문에서 역내 지역통합의 최대 관건인 아·태 자유무역지대(FTAAP)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및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진전을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TPP와 FTAAP.RCEP에 대해 주도권을 행사하며 세력 규합에 나선 가운데 회원국 정상들은 3가지 사안에 대한 필요성을 모두 포괄하는 식으로 갈등 소지를 줄였다.

박 대통령도 FTAAP에 지지를 표명한 가운데 TPP와 RCEP 역시 역내 경제활성화를 위해 논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 다자 간 FTA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 중재자로서의 위상을 강조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추구했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 역내 경제활성화 포용적 접근

APEC 정상들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편가르기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역내 지역통합 이슈를 역내 저성장 극복과 포용적 성장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프레임으로 접근했다.


우선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FTAAP와 관련, 박 대통령은 19일 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 참석해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의 동력 확보 차원에서 TPP 협상 타결은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 데 이어 "현재 진행 중인 한·일·중 FTA와 RCEP 협상도 원활히 진행되도록 함께 노력해 가야 할 것"이라며 역내 경제 통합관련 주요 다자 간 FTA에 대해 모두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 같은 다양한 아·태 역내 통합 노력이 FTAAP 실현으로 연결돼 이 지역의 성장이 확보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는 APEC 정상들이 공동선언문에서 밝힌 내용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이는 역내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경제통합 방식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실리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며 FTAAP 외에 미국과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해 창립한 TPP와 RCEP에 대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박 대통령은 모든 다자 간 FTA를 지지하면서도 한국이 적극적인 역할자가 되겠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과 중국의 갈등구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해 APEC 사무국과의 서면 인터뷰에서도 "한국은 역내 개도국들에게 FTA 협상 경험을 공유하는 '역량 강화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런 노력은 아·태자유무역지대 실현에 장애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선진국·개도국 간 협상역량 격차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FTAAP뿐만 아니라 역내 경제통합을 통한 지역 경제활성화를 위해 도움이 된다면 우리나라가 FTA 경험을 최대한 개도국에 전수해 모든 다자 간 FTA 협상의 밑거름이 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역내 경제통합 경제 여진 남아

APEC 정상들이 이번 정상선언문을 통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통합 논란을 봉합했지만 마찰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FTAAP의 조속 추진과 RCEP 협상 가속화를 주도하고 있는 반면, 버락 오바마 마국 대통령은 TPP 확산을 주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미·중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가운데 이번 APEC 정상선언에서는 민감한 다자 간 FTA를 모두 포함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일단 중국은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FTAAP 실현을 위한 로드맵을 채택하고, 2016년 말까지 공동 전략연구를 끝내기로 했다.

APEC 회원국들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57%를 차지하고 있어 FTAAP가 현실화되면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지대가 탄생하지만 아직 검토 초기 단계에 있다. 중국이 그나마 강력하게 주도하고 있어 탄력을 받을 전망이지만 이해관계자들의 동의를 끌어내는 과정에 난관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번 APEC 기업인들과 대화 행사에서 경쟁적 자유무역협정이 역내 국가들의 분열을 가져올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며 중국이 주도하는 FTAAP 실현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반면 미국이 주도하는 TPP는 강대국 미국의 적극적인 참여에 힘입어 세력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 TPP가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이번 회의 기간에 TPP 회원국들과의 회담에서 TPP의 조기 발효를 위해 각국의 국내 승인절차를 서두르기로 합의했다.

한편 RCEP는 FTAAP와 TPP에 비해 중요도가 후순위로 밀리는 형국이다.
RCEP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 회원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등 총 16개국이 참여하는 다자 간 FTA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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