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차관칼럼] 30-50클럽과 인구센서스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22 17:08

수정 2015.11.22 17:08

[차관칼럼] 30-50클럽과 인구센서스

야구에는 30-30클럽이란 용어가 있다. 한 시즌에 홈런과 도루를 각각 30개 이상을 성공하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 프로야구 리그에서는 현재까지 박재홍, 이병규, 이종범 등 3명의 선수가 다섯 차례만 달성했을 정도로 쉽지 않은 기록이다. 올 시즌에는 NC다이노스의 메이저리거 출신 테임즈 선수가 47홈런과 40도루를 달성해 아시아에서 최초로 40-40클럽에 가입했다.

20-50클럽이라고 하는 시사용어도 있다. 20-50클럽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인 국가를 의미한다.
야구의 30-30클럽만큼이나 가입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7개국에 불과하다. 1987년 일본을 시작으로 이듬해 미국, 그리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이 가입했으며 1996년 영국이 가입했다. 우리나라는 2012년 6월 23일 인구가 5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20-50 클럽에 진입했다. 20-50 클럽 가입은 독자적인 내수시장을 갖춘 경제강국을 의미한다.

20-50클럽에 가입한 7개국 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6개국은 국민소득 3만달러와 인구 5000만명이 넘는 30-50클럽에도 이름을 올렸다. 우리도 현재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어 곧 30-50클럽 진입이 유력하다. 물론 통일이 되면 달라지겠지만, 우리에게는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보다 인구 5000만명을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려워 보인다. 저출산 때문이다. 현재 5062만 명인 우리나라의 총인구는 2030년 5216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감소하기 시작해 2045년에 5000만명 이하, 2069년에는 4000만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0월 24일부터 시작된 2015인구주택총조사가 이달 15일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통계청은 지금까지 전수조사 방식으로 진행해왔던 인구주택총조사를 올해 90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가 보유한 인구, 주택, 가구에 관한 행정자료를 활용하는 등록센서스 방식으로 변경해 실시했다. 등록센서스는 첨단 정보통신 인프라와 선진 통계작성 역량을 갖춘 국가만이 실행 가능한 인구센서스 방식이며, 인구 5000만명이 넘는 국가에서 도입한 경우는 독일 등 3개국에 불과하다.

통계조사의 부재불응률이 계속해서 높아지는 추세에서 이번 총조사의 부재불응률은 2.4%(잠정)로 지난 2013년 실시한 세종시특별센서스의 부재불응률 6.9%에 비해 크게 낮게 나타났다. 특히 인터넷 조사는 참여율이 당초 목표 30%를 크게 웃도는 48.6%(잠정)를 기록해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의 인터넷 참여율(47.9%)을 초과 달성했다.

등록센서스 방식을 통해 작성된 인구, 가구, 주택의 기본사항에 관한 결과는 내년 9월 공표된다.
표본조사는 내년 12월 교육.혼인 등 기본사항에 대한 결과 공표를 시작으로 2개월 간격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또한 통계청은 내년 초에 1960년부터 2010년까지 50년간의 인구주택총조사 표본조사자료의 2%를 국민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번 인구주택총조사 결과가 대한민국이 30-50클럽의 외양만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경쟁력과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내실까지 담보할 수 있는 정책 수립을 위한 기본 인프라로 널리 활용되길 기대한다.

유경준 통계청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