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글로벌 공룡들 내년 '인공지능(AI) 전쟁′ 나선다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16 15:30

수정 2015.12.16 16:10

관련종목▶

"한국 기업 선제 대응 미흡, 패스트 팔로어에 머물러 있어"
구글, 페이스북, IBM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2016 인공지능(AI) 전쟁'을 위한 막바지 전열정비에 분주하다. 과거 비밀 프로젝트로 인공지능 연구개발(R&D)을 진행했다면, 최근엔 관련 플랫폼을 적극 개방하며 생태계 확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소스코드 무료공개)'로 내놓거나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분야 업체를 인수하는 형태다.

특히 내년에는 모바일 자산관리와 기상예측, 자동번역 등 인공지능이 일상으로 스며드는 가운데 서비스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지컴퓨팅은 추론과 학습은 물론 인간과 상호작용을 통해 계속 진화한다. /사진=한국IBM
▲인지컴퓨팅은 추론과 학습은 물론 인간과 상호작용을 통해 계속 진화한다.
/사진=한국IBM

■IBM '왓슨', 모바일 자산관리까지 '척척'
16일 IT업계에 따르면 IBM은 '코그너티브 비즈니스(Cognitive Business)'란 개념을 제시하며 인공지능 이슈 선점에 나섰다. '코그너티브 비즈니스'란, 각종 모바일 장치와 인프라,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확보된 빅데이터와 인지(Cognition) 컴퓨팅 기술을 기반으로 각 산업 영역에서 디지털 혁신을 일으킨다는 개념이다.

더욱 똑똑진 IBM의 인지 컴퓨팅 '왓슨(Watson)'은 전 세계 36개국의 20개 이상 산업군에 적용되고 있으며, 특히 의료와 금융, 정부·공공기관 및 미디어 분야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인간의 뇌'와 닮은 왓슨은 사용자의 질문과 관련된 방대한 데이터를 약 2~3초만에 분석·추론해 답변을 제공한다. 이때 왓슨은 추가 질의응답 등 사용자와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면서 가장 정확한 결과물을 제시한다.

*검색엔진과 인지컴퓨팅 결과도출 비교
검색엔진 IBM 인지컴퓨팅 ‘왓슨‘
키워드 질문 자연어로 질문
2~3개의 키워드로 요약 질문을 이해
키워드가 포함된 문서를 찾음 가능성 있는 대답 추론
인기도를 기준으로 결과를 나열 근거를 분석
검색결과 및 관련 문서 읽기 신뢰도를 계산
답을 찾음 답, 근거 및 신뢰도를 같이 전달
관련 근거 정보 검토 및 분석 제시된 답과 근거를 검토
자료 : 한국IBM

한국IBM 관계자는 "세계 3대 암전문 병원에서 환자치료계획을 수립할 때 왓슨을 활용하고 있다"며 "학술논문 등 오랜 시간 구축된 정형 데이터는 물론 개인의 전자의무기록(EMR)과 의료영상, 착용형(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된 비정형 데이터까지 모두 분석해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DBS은행 등 금융기관에 도입된 왓슨은 각종 리서치 자료와 상품 정보 등을 분석한 뒤 투자 종목을 제안하는 것은 물론 개인의 투자 선호도를 파악해 자산관리를 돕는다. 또 '모바일 보험상담' 등을 통해 사용자가 "결혼을 앞두고 있다"라고 입력하면 추천 금융 상품이 뜨는 형태로 진화했다.

이 관계자는 "영어로된 자연어만 인식했던 왓슨이 곧 일본어와 스페인어 등에 대한 학습을 마친다"며 "일본 소프트뱅크가 만든 로봇의 뇌 역할을 왓슨이 하게 되면서 내년부터 은행이나 일반 가정집에서 인간과 꼭 닮은 로봇을 만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대중화'…오픈소스와 M&A로 대응해야
IBM의 왓슨이 전 산업에 걸쳐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은 '오픈소스'와 '전략적 M&A'로 요약된다. IBM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전 세계 개발자들이 왓슨에 접속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400개 이상의 왓슨 에코시스템 파트너사들이 100여 개의 앱을 상용화했으며, 여기에는 '와인슬루스(와인추천 앱)'와 같은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도 포함돼 있다. 이른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해 인공지능 생태계 확산에 나선 셈이다.

구글과 페이스북도 외부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각각 '빅서'와 '텐서플로우'란 인공지능 기술을 공개했다.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오픈 AI'라는 비영리재단을 설립, 총 10억달러(약 1조1825억원)를 투자해 인공지능 연구를 지원할 방침이다.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일론 머스크(테슬라), 제프 베조스(아마존)에 이어 최근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벤처기업 '비캐리어스'에 투자했다. 또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 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GIC)는 인공지능 검색엔진업체 ‘킨진’에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내년부터 다양한 산업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상용화되는 만큼, 신기술 선점이 IT업계의 공통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심지어 차량 공유 서비스 분야 스타트업인 우버까지 나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아직 손놓고 있는 韓기업들
그럼에도 국내 대다수 기업들은 아직 '패스트 팔로어'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 한 고위 관계자는 "내년에는 인공지능이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대중화될 것"이라며 "그럼에도 당국은 여전히 R&D 예산 확보에 급급하고 국내기업 CEO들은 누군가의 성공사례를 확인하고 따라가려는 성향이 짙다"고 꼬집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