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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발목잡힌 창조경제…"스타트업은 외면, 표 되는 법만 처리"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05 16:37

수정 2016.01.05 16:37

법 규제로 스타트업은 문 닫고, 액셀러레이터법 통과는 '깜깜'
4년차를 맞아 본격적 성과 만들기에 바쁜 '창조경제'가 국회의 덫에 걸렸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민심을 의식한 국회의원들은 법률개정안의 문장 한 줄로 청년 창업가를 불법 사업자로 낙인 찍고 급성장하는 온라인·오프리인 연계(O2O)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반면 민간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법이나 인터넷전문은행 등 핀테크 관련 법들은 표심과 거리가 먼 탓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처리될 운명이다.

■"중고차 거래, 3000㎡ 규모 사업장부터 확보하라"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피알앤디컴퍼니(PRND)가 운영하는 중고차 거래 중개서비스 '헤이딜러'가 하루 아침에 종료 수순을 밟게 됐다. 박진우 대표(27·서울대 과학교육과 휴학 중) 등 서울대 창업동아리 학생들이 모여 만든 이 업체는 설립 1년 만에 누적거래액 300억원을 돌파하며 사용자들로 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지만, 지난해 12월 말 통과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에 의해 불법 낙인이 찍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자동차 경매를 하려면 반드시 3300㎡ 이상 주차장과 200㎡ 이상 경매장을 확보하도록 규정했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헤이딜러는 별도의 오프라인 매장 없이 이용자가 팔고 싶은 차량의 주요 정보와 사진을 인터넷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입력하면, 전국 500여명의 자동차 딜러가 제시하는 차량 매입가격 견적을 받아볼 수 있는 O2O 서비스다. 이때 사용자는 각 딜러가 제시한 가격 등을 바탕으로 누구에게 팔지 결정할 수 있으며, 선택된 딜러는 직접 차량을 체크한 후 인수해 간다. 자동차 딜러가 참여하는 경쟁입찰을 통해 사용자가 제 값을 받고 중고차를 팔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김 의원 등 국토위 위원들은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헤이딜러를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서비스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기존 자동차 경매업체들의 기득권 유지에만 앞장섰다는게 소비자와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게다가 김 의원의 지역구는 중고차 매매 센터가 모여 있는 서울 강서지역이다.

박 대표는 "지난해 11월 관련 법 초안을 접한 뒤, 헤이딜러가 역경매 방식의 플랫폼을 통해 오히려 딜러들의 부정거래 막고 있다는 점을 피력하고 싶었지만 법안이 속전속결로 통과됐다"며 "당장 5일부터 효력이 발효하기 때문에 서비스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숙박·금융·보험업은 창업지원 불가"
반면 표심과 직접 연관이 없는 '중소기업창업지원법 개정안'(일명 액셀러레이터법)은 지난해 11월 이후 논의 자체가 멈춘 상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업종을 창업지원 대상에 포함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현행법은 숙박·금융·보험업 등에 대한 창업지원을 제한하고 있다.

또 국내 액셀러레이터들은 스타트업 지분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는 창업투자회사와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주식회사로 등록돼 있다. 창투사로 등록하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업체 특성상 자본금 50억원 이상과 금융전문인력 2인 이상이라는 자격요건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창투사는 에이비앤비(숙박공유)나 토스(간편결제서비스) 등과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분야의 스타트업에는 투자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개인간거래(P2P) 금융과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은 물론 이달부터 시행되는 크라우드펀딩 온라인 광고 규제 완화 등에 대한 국회 논의가 모두 멈춘 상태"라며 "대기업처럼 대관업무나 관련 소통 채널도 없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가슴이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국회에 발목이 잡혀있는 법률안들은 19대 국회가 종료되는 5월 29일 자동 폐기된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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