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선거구획정 합의] 영·호남 텃밭 '균형 맞추기' 급급.. 농어촌 대표성도 확보못해

김호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23 17:09

수정 2016.02.23 17:09

졸속합의 비판받는 여야 여론악화에 떠밀려 합의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 등 정치제도 개혁 결국 빈손.. 경북·강원 등 불만 토로
여야가 4·13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획정 기준안에 23일 극적으로 합의했지만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2개월째 지속된 '선거구 부재'라는 위법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여야가 불과 50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일정과 악화되는 여론을 의식해 부랴부랴 합의를 도출한 '고육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구 협상 과정에서 논의된 정치제도 개혁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 확보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만큼 양당의 '야합'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與野 유불리? '글쎄'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50일 앞두고 선거구 획정 기준안에 '늑장 합의'를 하면서도 자당의 피해 최소화에만 몰두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이날 합의한 선거구 획정 기준에 따른 지역별 의석수 변화를 보면 여야의 '정치적 텃밭'인 영남과 호남 의석수는 2석씩 감소하며 '균형'을 맞췄다.

영남은 △부산 18석(변동 없음) △대구 12석(변동 없음) △울산 6석(변동 없음) △경북 13석(-2) △경남 16석(변동 없음)으로 2석 줄어든 65석이 됐고, 호남은 △광주 8석(변동 없음) △전북 10석(-1) △전남 10석(-1)으로 역시 2석 줄어든 28석이 됐다.


충청의 경우 정부 세종시 이전으로 인구가 늘면서 △대전 7석(+1) △충북 8석(변동 없음) △충남 11석(+1) △세종특별자치시 1석(변동 없음) 등 2석이 증가한 27석이 됐다. 강원은 8석으로 1석 줄었고 제주는 3석으로 변동이 없다.

반면 여야의 우열을 예측하기 힘든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의석은 10석이나 증가했다.

서울(49석)과 인천(13석)이 1석씩, 경기(60석)는 8석이나 늘어났다. 이에 수도권 의석은 총 122석으로 전체 지역구 의석의 48%를 차지, 이번 총선에서 최대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모니터링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여야가 시간에 쫓겨 결국 고육지책으로 선거구 획정 기준에 합의하기는 했지만 그동안 절차상 보여준 위법적인 부분과 사실상 '야합'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합의 내용 등은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치제도 개혁 '없던 일로'

여야가 호기롭게 시도한 '정치제도 개혁'도 결국 빈손으로 끝났다.

더민주와 정의당 등 야당은 선거구 협상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꾸준히 요구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특정 정당이 차지하게 될 전체 의석수(지역구+비례대표)를 결정한 뒤 여기서 지역구 당선자 수를 뺀 의석을 비례대표 의원으로 채우는 제도를 말한다. 현행 선거제도에서는 가장 많은 표를 얻어 당선된 1인 외의 후보자에게 던진 표는 '사표(死票)'가 되는 만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표 등가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당의 완강한 반대로 협상은 진전되지 않았고,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는 대신 정당 투표율과 의석수의 비례성을 강화하는 이른바 '이병석 중재안'과 소수정당에 최소 비례 의석을 보장하는 안 등도 논의됐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이와 함께 지역구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에게 비례대표로 당선될 기회를 주는 석패율제도와 더민주가 요구한 선거연령 인하 및 투표시간 연장 등도 선거구 획정 협상과 관계없다는 이유로 새누리당이 거부했다.

정의당은 선거구 획정 기준안과 관련, "선거제도는 더 불공정해졌고, 민의는 더욱더 심각하게 왜곡될 것이며, 국회는 더 이상 민의를 대표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정채개혁 논의가 끝내 양당 기득권 담합으로 마무리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표성 축소를 우려하며 선거구 조정에 반발해왔던 농어촌 지역 의원들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농어촌 선거구 사수에 앞장섰던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은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날 여야가 합의한 선거구 획정 기준안은 결코 만족스럽지 못하다"면서 "도시와 농어촌 지역의 인구 차이는 인정하지만 행정구역 등 면적도 고려해야 한다. 최소한 50 대 50 정도로는 반영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소속 경북과 강원 지역 의원들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선거구 획정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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