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수사기관에 개인정보 제공...애매한 법조항에 애꿎은 인터넷 업체만 '불신'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20 13:52

수정 2016.03.20 13:52

통신회사나 인터넷 업체 등 전기통신사업자들이 수사기관에 사용자 개인정보를 제공하도록 규정한 법률 조항이 불분명해 업체들마다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는 사용자들의 불신과 불만에 시달리고, 일부 업체는 개인정보 제공을 거부하면서 수사에도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인터넷, 통신 사용자 개인정보를 수사의 주요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규정을 적용하도록 법률조항부터 정비해 수사 혼선도 피하고, 애꿎은 기업들의 피해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애매한 법 조항...법 해석 제각각
20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은 "수사기관 등이 통신자료를 요청하는 경우에 전기통신사업자는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통신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의무사항이 아니라 전기통신사업자의 선택사항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통신업체들은 수사당국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용자의 개인정보와 통신사실 등 자료를 요구하면 이를 모두 제공하고 있다.


반면 인터넷 업체들은 자료 제출에 대해 깐깐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네이버는 영장없이는 사용자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로 입장을 공식화했고, 카카오도 내부 논의중이지만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최근 대법원은 수사·정보기관의 요청을 받은 네이버 등 포털업체들이 사용자의 통신자료 등 개인정보를 제공하더라도 사용자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고 판결했다. 인터넷 사업자가 사용자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한 것은 공익을 위해 타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기통신사업자들이 당국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에 따를 수 있다'는 조항이 의무조항인지, 사업자마다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인지에 대해서는 여저니 뚜력한 판단기준이 없어 혼선은 여전한 실정이다.

인터넷 업계 한 관계자는 "기간통신 서비스와 달리 인터넷서비스는 사용자가 개인정보 문제 때문에 서비스회사를 바꾸는데 비용도, 시간도 들이지 않고 인터넷사업자를 변경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며 "'사이버 망명'으로 불리는 대규모 사용자 이탈을 항상 걱정해야 하는 인터넷 사업자들은 수사기관의 자료제출 요구보다 사용자 이탈 방지에 무게중심을 두고 판단할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라고 현실을 설명했다.

■테러방지법도 법조항 애매하기는 마찬가지
최근 국회를 통과한 테러방지법 역시 조항이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테러방지법 제9조 제3항은 국가정보원이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민감한 개인정보와 위치정보를 사업자 등에게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정보에는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의 가입·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지만 국정원은 테러방지법을 통해 해당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요청할 때 이를 전기통신사업자가 의무조항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여부는 명시돼있지 않다. 결국 민감한 정보를 제공할지 여부를 기업의 판단 몫으로 넘겼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통신사업법이나 테러방지법 모두 수사기관에 사용자 정보를 제공할지 여부의 최종판단을 기업에 떠넘기고 있다"며 "결국 개인정보에 민감한 서비스 이용자들은 수사기관에 사용자 정보 제공여부를 기업이 판단하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고, 이는 전기통신사업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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