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하지정맥류 실손보험 적용제외 놓고 논란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11 18:31

수정 2016.04.11 18:31

의료계 "치료행위" vs. 보험업계 "미용 목적"
금감원, 레이저시술 보험서 제외
의료계 "방치땐 통증·궤양 유발"
보험업계 "고가·과잉진료가 문제"
금융당국이 하지정맥류 수술의 일부를 실손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한 가운데 하지정맥류 수술을 '단순미용' 행위로 봐야할 지 아니면 '질환치료'로 봐야할 지를 놓고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실손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하면서 올해 이후 실손보험 신규 가입자가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을 때 레이저나 고주파로 시술을 받은 경우는 실손보험 적용에서 제외했다.

이와 관련,의료계는 하지정맥류 수술에서 대부분이 레이저와 고주파를 이용하는 데다 시술 자체가 미용차원보다는 질환치료라며 이 경우에도 실손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일선 병원에서 과잉진료와 값비싼 수술법을 권장해 실손보험료 인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전통적인 수술방식과는 보험적용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정맥류,레이저시술때 보험 제외

11일 대한흉부외과학회와 대한흉부외과의사회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실손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하면서 올해부터 보험에 새로 가입한 사람들은 하지정맥류의 대표적 수술법인 레이저와 고주파 수술을 실손보험 보험혜택에서 제외했다. 문제가 된 표준약관은 외모개선 목적의 다리정맥류 수술은 보험금 미지급 사유로 꼽고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대상 수술방법 또는 치료재료가 사용되지 않은 부분은 외모개선 목적으로 명시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하지정맥류는 미용치료가 아니라 질환이라고 지적한다. 하지정맥류는 다리의 정맥이 늘어나 피부 밖으로 돌출되는 질환으로 심하면 통증, 부종, 경련, 궤양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흉부외과학회 김승진 회장은 "외관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어도 통증이 심해 병원을 찾는 하지정맥류 환자도 상당수 있다"며 "하지정맥류가 질환인데도 수술방법이 건강보험 비급여로 분류됐다고 해서 미용치료로 분류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일부 병원에서 과잉진료와 값비싼 수술법 권장이 실손보험료 인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제한적으로 보험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금감원 관계자도 "실손보험의 경우도 모든 것을 다 인정해 주면 보험료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하지정맥류처럼 치료와 미용목적 사이의 분쟁이 생기는 경우에는 보험을 제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합리적인 방안이 있다면 향후에 고려해볼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오래서서 일하는 여성에 발생집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 하지정맥류 환자는 2010년에 비해 11% 증가한 15만6008명이다. 이 중 67%가 여성이다.

특히 근무 시간의 75% 이상을 서서 일하는 경우 하지정맥류 위험이 여성은 2.63배로 남성(1.85배)에 비해 매우 높다. 오랜 시간 동안 서 있으면 심장으로부터 가장 멀리 있는 다리까지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좀 더 많은 생리적 부하가 필요해진다.

이로 인해 혈관에 압력 변화가 발생하며 시간이 경과되고 판막에 이상이 생기면 혈액이 역류하는 현상이 생긴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혈관이 울퉁불퉁 튀어나오는 하지정맥류가 발생하게 된다.

이 질환의 치료는 2000년대 초반부터 대부분 주사바늘로 1~2㎜ 구멍을 내 정맥 안에 레이저나 고주파를 넣고 강한 열로 병든 정맥을 태우거나 굽는 혈관 레이저 폐쇄술, 고주파 혈관 폐쇄술 등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하지정맥류는 일정량의 혈류 역류 측정이라는 명확한 진단 기준도 있고 건강보험에서도 질병코드를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계는 '하지정맥류 약관 개정 공동 대책위원회'를 구성,국민들과 관계 당국에 문제점을 알리고 재개정을 촉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흉부외과학회 오태윤 상임이사는 "하지정맥류의 레이저나 고주파 수술은 절개수술보다 재발률이나 합병증 발생이 크게 낮아 국제적인 표준수술법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폐 질환 환자를 수술하는 데 조그만 상처를 내는 복강경을 해도 되는데 이는 미용 목적이므로 절개하는 수술을 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레이저 수술법이 절개수술보다 출혈이나 혈종 발생이 4배, 상처감염은 6배 그리고 신경 손상은 2배로 낮다. 또 고주파 수술 역시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평균 3일로 절개법(12.5일)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미국정맥학회에서도 절개수술보다 열로 치료하는 수술법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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