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청소·주차 등 O2O 서비스.. 스타트업이 뚫으면 대기업도 진출

김아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29 17:16

수정 2016.05.30 10:12

대기업 '스타트업 비즈니스 모델 카피' 괜찮나
대기업 들어온다 얘기돌면 투자 유치 어려워지거나 기존에 받던 자금 끊겨..
대기업이 실패해도 문제
'스타트업은 더 힘들겠지'부정적 인식에 투자 못받아
스타트업, 대기업에 맞설 O2O얼라이언스 구축 시작
대기업이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청소, 주차 등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들의 기존 수익모델을 빼앗는 구조가 발생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대기업이 특정 시장에 진출할 경우 기존 스타트업들은 투자를 받기가 더 힘들어지는 구조라 벤처.창업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대기업이 스타트업 중심의 시장에 뛰어들면서 전체 '파이'가 커지는 측면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기업의 틈새시장 진출을 놓고 스타트업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 의견이 분분하다. 기존 스타트업들은 관련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긍정적 측면을 기대하면서도 투자유치에 발목을 잡힐 수 있고, 불공정한 경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존 사업을 영위하던 스타트업들은 장점을 살려 승부를 보면 승산이 있다는 입장이다.


청소·주차 등 O2O 서비스.. 스타트업이 뚫으면 대기업도 진출

■대기업 틈새시장 진출…가격 후려치기?

청소시장의 경우 기존에 가사서비스 제도개선 등 공공성 강화 논의가 한창인 상황에서 대형포털의 공세적 진출은 돌봄사업의 공익성마저 침해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YWCA연합회는 "'카카오 홈클린은 가사서비스가 '양질의 일자리'로 도약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현재 가사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격차와 함께 비공식부문 노동자로서 법적 보호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는데 카카오가 이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없다면 '카카오 홈클린'은 수수료 싼 유료 직업소개사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주차서비스 '파킹박'을 운영하는 와이즈모바일 박흥록 대표는 "우리 비즈니스모델은 주차장이 비어 있는 시간대의 가격을 정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스타트업이 받아서 마진을 붙여 주차권을 판매하고 거기서 수수료가 생기는 것인데 대기업이 주차장 업주들에게 수수료가 필요없다는 식으로 나온다면 우리의 비즈니스모델이 없어져 버리는 것"이라면서 "카카오택시나 대리운전도 기존에 있던 수수료를 절반으로 낮춰주고 보험료도 대납하고 한다고 들었는데 같은 방식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대기업이 성공해도, 실패해도 스타트업에는 독?

대기업이 특정 시장에 진출하면 관련업계에 있는 다른 기업들이 투자를 받기도 어려워진다. 예컨대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받으려 할 때 카카오가 비슷한 사업에 들어온다는 애기가 나오면 벤처캐피털(VC) 등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기가 어려워지거나 기존에 받던 자금이 끊기는 경우도 있다. 또 대기업이 하는 사업이 성공하면 관련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시장을 선도했음에도 결국 자본을 담보로 영업하는 거대시장에 사업이 잠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실패해도 문제다. '대기업도 실패했는데 작은 스타트업이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인식이 생겨서 투자를 받기가 어려워진다.

VC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카피해 진출하는 경우 경쟁구도에 있는 스타트업에 VC가 투자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면서 "대기업이 실패한 사업에 대해서도 투자에 있어서 보수적인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장점 살려 승부 걸어야

일부 스타트업은 비교우위의 장점을 살리면 대기업과 경쟁해도 승산이 있다는 입장이다. 같은 맥락에서 온.오프라인연계(O2O) 얼라이언스를 구축해 대기업에 대항하기 위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와이즈모바일 박 대표는 "대기업의 이점은 사실 인지도밖에 없고 대기업보다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이제 시작 단계지만 대기업에 대항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차서비스 '모두의주차장'을 운영하는 모두컴퍼니 김동현 대표는 "대기업 방식이 우리가 하고 있는 것과 정확히 겹치지는 않을 것 같고 겹친다 한들 주차 공유사업과 관련해서는 여태까지 쌓아온 노하우들이 있기 때문에 대기업으로서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위협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영역이 있기 때문에 대기업이 진출함으로 인해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자신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대기업이 들어왔다고 금방 망할 정도의 스타트업이라면 성공하기 어렵다"면서 "대기업은 돈이 많아서 금방 잘할 수 있어 보이지만 스타트업이 집중해서 한 달 하는 일을 대기업은 보고 절차가 많기 때문에 단기간에 못한다"고 설명했다.

true@fnnews.com 김아름 이태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