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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덫' 은행법 개정 없이는 인터넷은행 시작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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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덫' 은행법 개정 없이는 인터넷은행 시작도 못한다

금융과 정보기술(IT)의 결합으로 정체된 금융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됐던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도 하기 전에 삐걱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기업들의 지분을 50%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8월 현재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K뱅크의 주도기업인 KT는 "은행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사실상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4%의 지분으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어떤 의사결정도 주도할 수 없고, 이는 결국 IT가 주도하는 은행을 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KT나 카카오 같은 IT기업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기술혁신과 서비스 혁신을 주도할 IT기업의 의결권이 늘어나지 않은 채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한다면 IT가 주도하는 핀테크 은행이 아니라 기존 은행들의 일반적인 자회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결국 인터넷전문은행 제도를 도입한 명분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지분 4%로는 인터넷전문은행 못한다"…KT

24일 KT는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K뱅크 준비법인 사업계획 발표회를 통해 다음달 중 인터넷전문은행 본인가를 신청하고, 인가를 받으면 이르면 11월 중 인터넷전문은행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KT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우리나라 금융혁신을 촉발하는 촉매제가 되기 위해서는 은행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현재 은행법상 KT는 K뱅크의 의결권 지분을 4%밖에 확보할 수 없다. K뱅크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주체가 KT인데 의결권이 4%밖에 없으면 사실상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게 KT의 설명이다.

KT 맹수호 CR부문장은 "현재 K뱅크의 총 자본금이 2500억원인데 혁신의 주체인 KT 의결권은 4%라서 100억원에 불과하다"며 "현재의 지분으로는 KT가 K뱅크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맹 부문장은 "애초에 KT가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주도한 것은 은행법 개정을 통해 지분을 50%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었는데 사업 시작 전에 은행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사업을 할 수 없다"고 강한 입장을 드러냈다.

■"KT 증자 없이는 K뱅크 사업도 어려워"

K뱅크 준비법인 안효조 대표는 또 다른 현실적인 어려움을 털어놨다. 사용자들에게 대출을 하기 위해서는 자본금을 늘려야 하는데 KT가 지분을 높일 수 없기 때문에 증자에 참여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K뱅크에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데 지분제한 규제를 받지 않는 시중은행이 증자를 주도해 기존 은행 중심의 인터넷전문은행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K뱅크 직원들은 지금도 자유롭게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고 노트북을 들고다니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등 은행 문화가 아닌 IT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시중은행의 자회사가 되면 이런 문화도 다시 기존 은행 문화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IT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아닌 금융사업자가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은행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미 우리 금융경쟁력이 미국, 유럽 등은 물론 중국에도 뒤처져 있는데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이 같은 규제라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지분 제한 등의 규제가 있었지만 금융 혁신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