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

"한 발 늦게 시작해도 괜찮아"...ICT시장 2등 전략 재조명

관련종목▶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업계에 '2등 전략'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ICT를 활용한 서비스 분야에서 성공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최초' 라는 이름표를 붙인 퍼스트무버(First Mover, 선도자)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놓으면, 이를 벤치마크해 1위 기업보다 개선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싼 값에 내놓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비판이 확산돼 왔지만, 최근 패스트팔로어의 성공사례가 잇따르면서 효율적 시장전략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ICT 기술이 상향 표준화 돼 1등 기업이 서비스를 출시한 뒤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면 바로 개선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2등 전략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따라하기, 모방 같은 말로 폄하하는게 보통이었지만, 최근에는 1등 기업에서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기능으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 소비자들에게 더 인정받는 효율성 높은 성공비결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삼성페이, 출시 1년만에 누적결제액 2조 돌파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는 지난달 출시 1년만에 국내 누적 결제금액이 2조원을 돌파했다.

삼성페이는 지난해 갤럭시S6에 탑재되며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2014년 10월 출시된 애플페이보다 약 1년 가까이 늦었다. 그러나 애플페이에는 없는 마그네틱 보안전송(MST) 기술을 추가해 기존 신용카드 결제기를 활용하도록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전세계적 성공을 거뒀다고 인정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모든 스마트폰에 삼성페이를 탑재해 중국, 유럽등 세계시장을 확장해갈 예정이다. 스마트워치 신제품인 기어S3에도 삼성페이가 탑재된다.

ICT 업계 전문가는 "삼성페이가 모바일 결제 서비스의 후발주자이지만, 그동안 모바일 결제가 별도의 근거리통신망(NFC) 카드결제기를 갖춰야 하는 등 불편했던 점을 개선한 것이 성공요인으로 분석된다"며 "먼저 출발한 애플페이가 확보하지 못한 기능을 통해 삼성페이는 패스트팔로어의 성공 공식을 보여준 사례"라고 분석했다.

■후발주자 라인, 글로벌 공략부터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은 글로벌 최초 서비스인 왓츠앱이나 국내 선발 서비스인 카카오톡보다 늦게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 발 늦게 시작하면서 라인은 일본과 동남아등 선발 사업자가 장악하지 못한 시장부터 공략하기 시작했다.

라인은 처음부터 국내가 아닌 해외시장, 그 중에서 일본을 공략했다. 이 전략이 주효해 라인은 지난 7월 일본과 미국에 동시 상장하면서 올해 글로벌 증시에 상장한 ICT 기업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상장 당시 일본에서는 공모가 3300엔(약 3만6300원)으로 시작했지만 이날 4740엔(약 5만2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라인은 지난 5일부터 일본 시장에서 알뜰폰(MVNO·이동통신재판매) 서비스인 '라인모바일'을 시작했다. 일본 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50%도 채 되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라인을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스마트폰 보급률부터 끌어 올려야 한다. 라인모바일은 저렴한 요금으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초'가 중요한 것 아냐...질 좋고 싼 서비스가 관건
최근 일각에서 국내 ICT 서비스가 중국이나 미국 서비스를 따라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는데 대해 전문가들은 2등 전략을 폄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ICT 업계 한 전문가는 "전 세계적으로 ICT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고, 이 기술들을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조합하면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은 문제가 아닌 시대가 됐다"며 "정작 시장에서 성패를 가르는 것은 '최초'라는 타이틀이 아니라 질좋은 서비스를 싸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한국 기업들은 시장이 좁은 한국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불리한 면이 있어 '최초'를 쫓기 보다는 실리가 있는 2등 전략을 눈여겨 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