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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미약품 늑장공시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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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의도는 없었다 해도 결과적으로 투자자 피해
한미약품이 공시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지 않아 논란에 휩싸였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오후 4시30분께 미국 제넨테크와 1조원 규모의 표적항암제 기술을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대형 호재성 공시였다. 그러나 이튿날인 30일 오전 9시30분께는 또 다른 표적항암신약 '올무니팁'의 개발이 중단됐다는 악재성 공시를 냈다.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 호.악재 공시가 잇따라 나오면서 주가는 요동쳤다. 일부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봤다. 한미약품 주가가 하룻새 널뛰기를 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한미약품 김재식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은 일요일인 2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공시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지연됐을 뿐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선 한미약품은 호재성 공시인 기술수출 계약은 29일 아침 통보를 받고 오후 4시30분께 공시를 완료했다. 반면 악재인 베링거인겔하임의 개발 중단 공시는 같은 날 오후 7시6분께 받았지만 다음날 장이 열릴때까지 공시하지 않았다.

한미약품이 "중요한 사안이라 오후 공시담당자에게 맡길 수 없다"는 해명도 자의적이라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 측은 "한미약품 공시 내용은 승인절차가 필요없는 대상이기 때문에 서둘러 공시하라고 했다"며 늑장대응이라고 했다. 거래소 공시부 직원은 오전 6시부터 출근하는데 굳이 오전 8시30분에 거래소까지 찾아와 상담할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또 중요사안이니 개장 전에 공시하자는 얘기도 듣지 않았다고 했다.

한미약품 공시 지연에 나쁜 의도가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거래소의 공시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피해자가 늘어났다는 것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최소한 개장 전에 공시를 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사안의 중요성이나 시급성은 거래소가 판단할 몫이다. 거래소가 장 마감 뒤에도 야간 공시 담당자를 두는 이유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자체 기술로 7조원대 신약 수출에 성공한 한미약품은 한국 제약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늑장공시 논란이 길어져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하면 안 된다. 구차한 변명보다는 잘못을 인정하고 빨리 털고 가는 게 맞다. 거래소도 이참에 상장사들에 대한 공시교육을 강화해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