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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안녕, 빈 스컬리 아저씨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03 18:02

수정 2016.10.03 18:10

67년간 다저스경기 중계.. 자이언츠전서 은퇴식 가져
'She's gone' 명언남겨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안녕, 빈 스컬리 아저씨

"She's gone." 그녀는 가버렸네. 영화 대사가 아니다. 야구 역사상 가장 극적인 대타 끝내기 홈런으로 꼽히는 커크 깁슨의 활약을 중계한 빈 스컬리(89.사진)가 남긴 명언이다.

LA 다저스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1988년 월드시리즈 1차전. 다저스는 9회 초까지 3-4로 끌려갔다. 다저스의 주포 커크 깁슨은 벤치를 지키고 있었다. 다리 부상으로 출전이 어려운 상태. 오클랜드의 소방관 데니스 에크슬리가 마운드에 올랐다.

당시 에크슬리는 해태(현 KIA) 시절 선동열 같은 존재였다.
사실상 승부가 끝난 것으로 보였다. 2사 후 대타 볼넷. 더는 써먹을 대타도 없었다. 커크 깁슨이 절룩거리며 타석에 등장했다. 다저스의 홈 관중들은 낙담했다. 저 몸으로 뭣 하려나.

좌타자 깁슨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우월 끝내기 투런 홈런을 날렸다. 이보다 더 극적일 순 없었다. 이때 TV 중계방송을 통해 터져 나온 말이 "She's gone(넘어갔습니다)"이다. 깁슨은 양 팔을 휘저으며 내야를 돌았다. 메이저리그의 명장면으로 지금까지 방송을 타고 있다.

'다저스의 목소리'로 불린 빈 스컬리가 3일(이하 한국시간) 67년간 잡은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또랑또랑한 음성으로 "It's time for Dodger baseball(다저스 경기 시간입니다)"을 외치던 빈 스컬리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스컬리는 원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팬이었다. 다저스와 인연을 맺으며 원적을 바꾸었다. 그의 마지막 경기는 하필 자이언츠 전이었다. 스컬리는 대학(뉴욕의 포럼대) 시절 야구선수였다. 예일대의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경기를 갖기도 했다.

스컬리가 처음 마이크를 잡은 것은 1950년 8월 19일. 당시 야구 경기장 핫도그는 콜라를 포함해 25센트(약 300원)였다. 내야 하단의 입장료는 1달러 75센트, 현재는 37달러다.

그해 다저스의 선수 연봉 총액은 43만2390달러였다. 지금의 물가로 환산하면 4300만달러다. 올해 다저스의 연봉 총액은 무려 2억7500만 달러. 당시 메이저리그의 선수 평균 연봉은 1만3228달러였다. 미국 근로자 평균보다 6배 많았다.

2016년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440만 달러. 근로자 평균의 100배다. 당시 최고 타자였던 조 디마지오는 10만 달러를 벌었다.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올 연봉은 3200만 달러다.

1950년 가을 월터 오말리는 100만 달러로 다저스 지분의 25%를 인수했다. 포브스가 추정하는 현재 다저스의 가치는 25억 달러. 스컬리는 1953년 월드시리즈 중계의 대가로 200달러를 받았다.

세월은 흘렀다.
22세의 홍안 빈 스컬리는 90세를 일 년 앞두고 무대를 떠났다. 지금도 다저스타디움서 매일 만나던 빈 스컬리 아저씨의 모습이 생생하다.
내년 봄 그의 목소리가 그리워질 것이다. 그는 떠났다(He's gone).

texan50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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