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마키아벨리와 베버에 길을 묻다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06 17:44

수정 2016.10.06 22:35

[데스크 칼럼] 마키아벨리와 베버에 길을 묻다

진정한 정치인의 자질은 무엇일까. 근대정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1512년 '군주론'을 통해 정치의 속성과 정치인의 덕목을 파헤쳤다. 독일의 저명한 사상가인 막스 베버는 1919년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통해 정치인의 소명의식과 자질을 설파했다. 400여년을 뛰어넘는 시공간의 차이에도 두 거장의 정치론은 서로 닮아 있어 오싹함을 느낄 정도다. 두 거장의 정치론을 통해 진정한 정치지도자의 자격은 무엇인지 짚어보려 한다.

# 마키아벨리

마키아벨리는 정치인은 '사자의 용맹함'과 '여우의 교활함'을 지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치에서 잔혹무도한 폭력의 사용과 권모술수를 인정한다.
그러나 모든 상황에서 폭력의 사용을 옹호한 것은 아니다. 그 폭력이 높은 수준의 이상이나 공익을 달성하기 위한 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한다고 했다. 비르투(virtu)와 포르투나(fortuna)는 마키아벨리 정치학의 핵심개념이다.

현실정치에서는 부득이 부도덕한 행태에 오염될 수밖에 없다. 진정한 정치인은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의 어두운 측면을 회피하지 않고, 좋은 목적을 실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용기, 추진력, 결단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비르투다.

포르투나는 운명이다. 운명은 자신의 역량으로는 통제하기 힘든 외적조건이다. 정치인은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되며, 운명에 맞서야 한다. 하지만 정치인이 결단력 있고 용감하게 행동한다고 해서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하려면 시대상황에 맞는 적절한 행동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 막스 베버

정치를 직업으로 삼겠다는 사람은 누구나 모든 폭력성에 잠복해 있는 악마적 힘들과 관계를 맺게 된다. 이 때문에 정치가는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가의 문제는 매우 중대한 문제다.

베버는 정치인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자질로 열정, 책임감, 균형감각 세 가지를 꼽았다. 열정은 정치를 통해 이루려는 대의(大意)에 대한 헌신을 뜻한다. 정치인의 권력추구가 대의에 대한 헌신을 목표로 하지 않을 경우 폭군이나 단순한 권력추구자만 될 뿐이다.

또 정치인은 책임의식이라는 자질로 통제되지 않으면 안된다. 마지막으로 정치도자에게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이는 내적집중과 평정 속에서 현실을 관조할 수 있는 능력이다.

베버는 이같은 세 가지 자질 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외칠수 있는 사람을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진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소명의식을 지닌 직업정치인은 세상이 너무나 어리석고 비열하게 보일지라도, 자신의 신념을 유보해야 할 상황에 처할지라도, 또 모든 희망이 좌절되는 상황에 처할지라도 이에 좌절하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말할 수 있어야 하는 사람이다.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한다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그는 노예해방이라는 높은 이상을 세우고, 이를 위해 좌절하지 않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나 그는 노예해방을 위한 헌법개정을 위해 비도덕적 술수와 반대파들과의 거래를 서슴지 않았다.
이런 지도자의 출현은 두 거장의 관점에서 볼 땐 정치의 불행이 아니라 행복이다.

seokjang@fnnews.com 조석장 정치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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