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EU, 캐나다와 CETA '무산'.. 美.英 과 무역협정도 '빨간불'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23 17:42

수정 2016.10.23 17:42

CETA, 獨.벨기에 등 반대.. 21일 막판협상 결렬
佛 "내년 이후로 연기해야".. TTIP, 연내 타결 힘들 듯
英과 협정 체결도 불가능
유럽연합(EU)이 캐나다와 추진했던 자유무역협정인 '포괄적 교역.경제 협정(CETA)'이 사실상 좌초됐다. 벨기에의 프랑스어 사용지역인 왈론지방이 제동을 걸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앞으로 남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은 물론이고 내년부터 시작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관련된 EU-영국간 무역협정 체결도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우려된다. 세계화 반대 움직임 속에 자유무역과 관련해 EU가 무기력증에 빠져들고 있다.

■CETA 좌초

21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CNN머니 등 외신에 따르면 당초 협상 시한을 넘겨 이날 밤까지 벨기에 왈론지방의 수도인 왈로니아에 머물며 담판에 나섰던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통상장관이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프리랜드 장관은 기자들을 만나 왈론지방과 협상 타결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EU가 국제 협정을 맺을 능력을 상실했다"면서 이제 EU와 무역협정을 맺겠다고 나서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캐나다와 EU간 CETA는 28개국 EU 회원국 정상 모두가 동의하면서 쉽게 타결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당초 18일이 타결 시한이었다.

그러나 최근 EU 집행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신속협상권(fast track)'을 포기하고, EU 각 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하도록 규정을 바꾸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CETA는 최근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13일에는 독일 헌법재판소가 반세계화 단체가 포함된 시민 19만명의 청원을 일부 받아들여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도저히 충족할 수 없는 조건들을 CETA에 달도록 판결했다.

또 이튿날인 14일에는 벨기에 왈론지방 주민들이 투표로 CETA 반대를 결정했다. 왈론지방이 반대를 공식화면서 벨기에 정부는 CETA에 찬성할 수 없게 됐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막판 협상이 끝내 21일 결렬됐다. 추가 협상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상 좌초된 것으로 보인다.

■TTIP, 브렉시트 협상도 '비상'

벨기에 왈론 지방의 CETA 반대는 세계화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결과였다. 미국, 영국, 유럽에 확산되는 반세계화 정서가 분명히 드러난 셈이다.

왈론 지방 의회는 좌파 공산당부터 우파 기독교민주당에 이르기까지 좌우를 막론하고 CETA가 타결되면 캐나다에 근거지를 둔 다국적 기업들이 이 지역 노동권, 환경기준 등 사회.경제 전분야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반대했다.

EU를 대표해 캐나다와 CETA 협상에 나섰던 카렐 데 구트 전 EU 교역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여름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만장일치로 신속협상권 대신 회원국별 승인을 허용토록 바꾸면서 사달이 시작됐다면서 그의 결정은 '역사적인 실수'라고 비판했다.

데 구트는 CETA 좌초가 앞으로 EU의 무역협상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됐다고 우려했다.

당장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내에 마무리하려 연내 타결에 박차를 가하는 TTIP가 시험대에 올랐다.

21일 EU 정상회의에 참석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서는 내년 이후로 TTIP를 연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회원국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협정 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올랑드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미국을 압박하려는 전략이거나 그렇지 않다면 연내 타결은 물 건너간 것임을 뜻한다.


브렉시트 이후의 영국과 EU간 무역 기반이 될 무역협상 역시 어렵게 됐다.

FT는 칼럼에서 CETA 불발로 브렉시트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EU와 영국간 교역이 세계무역기구(WTO)가 정한 관세에 따라 이뤄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브뤼셀 법무법인 호간로벨스의 교역 담당 파트너인 루르드 카나랭은 브렉시트 협상이 한 달 전에 비해 훨신 더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EU 집행위가 지난 40여년 동안 보여줬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이 이제 의심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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