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곽인찬 칼럼] 헌법에 답이 다 있다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14 17:22

수정 2016.11.14 17:22

헌법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든 법
탄핵이든 총리 권한대행이든 헌정질서 안에서 수습해야
[곽인찬 칼럼] 헌법에 답이 다 있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까 말까 재면 시장은 오그라든다. 미래가 불투명할 때 투자자들은 종종 패닉에 빠진다. 반면 드러난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라는 증시 격언이 있다. 정치 시장은 어떨까. 역시 불확실성이 문제다.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니 공연히 불안하다.
지금 우리 정치가 딱 그렇다. 모름지기 정치 지도자라면 불확실성을 누그러뜨릴 책무가 있다.

헌법은 훌륭한 길잡이다. 사실 헌법은 이럴 때 써먹으라고 만든 법이다. 헌법은 대통령이 큰 잘못을 저지르면 어떻게 쫓아낼지 자세히 안내한다. 그런데 정작 써먹어야 할 때 구석에 처박혀 있다. 그리곤 헌법에 한 자도 없는 거국중립내각이니, 하야니 하는 말이 난무한다. 내치.외치를 가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헌법 어딜 뒤져봐도 똑부러진 설명이 없다. 그러니 사사건건 청와대와 야당이 부닥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헌법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정답은 탄핵이다. 대통령이 법을 어기면 국회는 탄핵하라는 게 헌법정신(65조)이다. 이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회가 탄핵안을 통과시키면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열어 확정한다. 이미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선례가 있다. 당시 국회는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으나 헌재는 이를 기각했다. 그 즉시 노 대통령은 업무에 복귀했다. 탄핵은 정치적 대립이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 탄핵은 온갖 갈등을 녹이는 용광로 구실을 한다.

대통령제 역사가 가장 긴 미국에선 탄핵 시도가 세 차례 있었다. 1970년대 워터게이트에 휘말린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의회에서 탄핵 움직임이 일자 자진사퇴했다. 1990년대 말 빌 클린턴 대통령은 르윈스키 스캔들로 하원에서 탄핵을 받았지만 상원에서 기사회생했다. 약 150년 전 남북전쟁이 끝난 뒤 의회와 대립하던 앤드루 존슨 대통령 역시 상원에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느 경우든 헌정 질서를 준수했다.

탄핵의 미덕은 불확실성을 제거한다는 데 있다. 공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정해져 있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대통령 권한은 정지된다. 이어 헌재가 6개월 안에 확정하면 대통령은 쫓겨나고 60일 안에 후임자를 뽑아야 한다. 이런 헌법 절차를 무시한 채 합의총리를 뽑아달라, 못 뽑겠다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국력 낭비다.

또 다른 해법은 국회가 추천한 총리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지명하는 것이다. 이 역시 헌법에 바탕을 둔다. 헌법 71조는 "대통령이…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이 조항은 현 사태를 '사고'로 볼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으면 강제할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난국을 풀 열쇠는 야당, 그중에서도 더불어민주당, 그중에서도 최대주주인 문 전 대표가 쥐고 있다. 문 전 대표에게 당부한다. 대통령을 꿈꾸는 이라면 헌법을 지켜달라. 촛불 민심을 수렴하되 헌정질서 안에서 하라. 탈헌법적인 거국중립내각은 신기루일 뿐이다. 차라리 대통령을 탄핵하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박 대통령은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의 길로 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로선 뜻밖의 우군을 얻은 셈이다. 과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닉슨처럼 자진 하야의 길로 갈지, 아니면 노무현처럼 거대한 부메랑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문 전 대표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섰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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