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구본영 칼럼] 中 사드 몽니와 '오컴의 면도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07 16:59

수정 2017.02.07 16:59

[구본영 칼럼] 中 사드 몽니와 '오컴의 면도날'

중국의 '사드 몽니'가 갈수록 거세다. 며칠 전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방한해 한.미가 연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합의하자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막말까지 했다. "한국은 미국의 바둑돌로 전락하고 한국인의 비극이 될 것"이라며….

이는 일과성 엄포는 아닌 것 같다. 실제로 중국은 그간 각종 통상제재 수위를 높여왔기 때문이다. 한류 금지령도 모자라 한국을 찾는 단체관광객(유커)의 발목을 잡으려고 한국행 전세기 운항을 불허하는 조치를 취했지 않나. 성주컨트리클럽을 사드 부지로 내준 롯데 측은 더 노골적 압박을 받아왔다. 최근 두 달간 중국 내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와 매장에 대한 소방.위생 점검이 약 200차례 진행됐단다.
오죽하면 적자상태인 베이징 인근 롯데슈퍼 매장 3곳을 폐쇄하기로 했겠나.

문제는 중국이 사드 배치의 근본 원인인 북핵을 모른 체한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유엔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시늉만 하곤 줄곧 '뒷문'을 열어주면서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 수출이 6.1%나 증가한 데서 확인된 바다. 늘어난 대중 수출의 대종이 유엔 제재 핵심품목인 석탄 등 지하자원이었으니….

더 황당한 건 중국의 이중 잣대다. 중국은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방어용인 사드 그 자체보다 함께 배치될 X밴드 레이더에 큰 거부감을 보여 왔다. 중국 내 미사일 기지가 미국에 탐지될 것을 우려하면서다. 하지만 일본의 교토와 아오모리에도 X밴드 레이더 2기가 이미 설치돼 있다. 특히 미국은 최근 한국에 배치되는 것보다 탐지거리가 4∼5배나 긴 해상기반 X밴드 레이더를 일본 오키나와 인근에 배치했다는 전문이다.

그런데도 중국은 최근 한국행 크루즈선 운항 감축과 함께 일본으로 항로를 바꾸는 조치를 취했다. 이로 인해 한국행을 포기한 유커들로 일본 주요 관광지는 문전성시라고 한다. 중국의 통상보복이 "한 X만 골라 팬다"는 식이라는 건 뭘 뜻하나.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체제 중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을 집중 공략하려는 의도다.

시진핑의 5세대 지도부가 개혁.개방 이후 '어둠 속에서 칼을 갈라'고 했던 덩샤오핑의 유지를 잊은 모양이다. 벌써 사드를 빌미로 우리에게 팔뚝 힘을 드러내고 있으니…. 하긴 반만년 역사에서 우리가 중국보다 더 풍요로웠던 때는 개발연대인 1960∼1970년대 이후 최근까지 수십년간 말고 얼마나 더 있었나. 중국보다 산업화에 앞섰다는 자부심마저 '사드 엄포'에 놀라 짧은 한낮의 단꿈으로 끝나서는 안 될 말이다.

물론 사드 문제의 묘수를 찾기는 쉽지 않다. 미.중 간 전략적 타협과 우리의 안보 우려를 동시에 해결하는 일은 변수가 너무 많은 연립방정식인 탓이다. 하지만 중세 가톨릭 수사의 이름을 딴 '오컴의 면도날'(Ockham's Razor) 법칙이 있다. 여러 가설이 있을 때는 불필요한 가정을 줄이고 단순하게 예측하는 게 맞다는 뜻이다.

사드 방정식에 이를 적용하면 답은 분명하다.
이번에 중국의 패권본색에 굴복하면 안보주권은 물론 언젠가 통상주권도 잃게 되는 상황을 맞을 것이란 점이다. 사랑채를 열어줬다 안방까지 내주는 수모를 당하지 않으려면 우리 내부가 똘똘 뭉쳐야 한다.
중국의 공세보다 더 두려운 건 "사드 문제는 다음 정권으로 넘겨야 한다"며 등을 보이며 뒷걸음치는 우리 정치권의 지리멸렬한 분열상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