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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재무학회칼럼] 유나이티드항공 사태와 CEO 리스크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8 17:04

수정 2017.04.18 17:04

[한미재무학회칼럼] 유나이티드항공 사태와 CEO 리스크

어느 조직이나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근 유나이티드항공 사고를 보면 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4월 초 유나이티드 항공에서 비행기 좌석수보다 많은 승객에게 표를 팔아, 데이비드 다오라는 승객을 강제로 비행기에서 내보내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공항경찰이 강제로 다오를 자리에서 끄집어내 통로로 끌고갈 때 다오가 비명을 지르고 코피를 흘리는데도 짐짝 끌듯이 끄는 모습이 휴대폰에 그대로 찍혀 유튜브에 올라가게 된다.

유나이티드항공의 오스카 무노즈 사장은 그 다음 날에야 간단한 입장을 발표한다. 승객을 거칠게 다룬 것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고, 사고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겠다는 정도의 '사과문'이었다.


인터넷에서 무노즈 사장의 대응이 부적절하고 미흡했다는 반응이 거세게 불었다. 또한 유나이티드항공에 대한 적대감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무노즈 사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그제서야 진정한 사과를 하게 된다. 사고 비행기에 탑승한 모든 승객에게 예매금액을 환불하고 다오에게 사과를 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무노즈 사장의 사과가 너무 늦었고 충분치 않았다고("too late, too little") 반응했다.

무노즈 사장이 즉각 진실된 사과를 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나빠지진 않았을 것이다. 무노즈 사장이 왜 이런 실수를 했을까. 무능한 탓일까. 무노즈는 실제 꽤 유능한 경영인이다. 2015년 유나이티드항공 사장이 된 이래 합병 후유증을 해결하고 노사 관계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사원들 사기도 매우 높아지고 영업성과도 좋아졌다. 그 결과 주가는 최저 37.75달러에서 최근 69.07달러로 올라갔다. 지난달에는 피아르위크에서 주는 '올해 의사 소통을 제일 잘한 사람(Communicator of the Year)'상까지 받았다.

무노즈 사장이 왜 이런 실수를 했을까. 짐작건대 무노즈는 '직원이 규정대로 일을 처리했기 때문에 직원은 큰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규정을 따르면 정말 잘못이 없을까. 다오가 피묻은 얼굴로 끌려가는 모습을 본 다른 승객들은 다오를 끌고가는 경찰들에게 "당신들은 잘못된 일을 하고 있어요" "맙소사, 어떻게 이 사람에게 이럴 수가 있나요"라고 말했다. 승객들은 본능적으로 뭔가 크게 잘못 돼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 반면, 무노즈 사장은 승객들이 느낀 상식적인 견해를 보지 못한 것 같다. 무노즈는 유능한 경영인이지만 규정이라는 타성에 젖은 나머지 규정이 잘못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잊어버려 명확한 판단을 못한 것 같다.

타성에 빠진 경영인이 저지르는 실수의 대표적인 예다. 큰 기업의 사장으로 있는 선배가 생각난다. 이 선배는 가끔 업무와 전혀 상관 없는 분야의 전문가를 만난다. 늘 같은 분야에 있는 사람들만 만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견해가 좁아지기 때문이란다. 옳은 얘기다. 최고경영자는 눈앞의 일만 볼 것이 아니라 전후좌우 두루 살펴봐야 될 것 같다.

경영자나 여느 지도자가 주의해야 할 경우가 또 하나 있다. 섬너 레드스톤은 CBS와 비아컴의 대주주로 약 5조4000억원의 재산이 있는 사업가다. 그는 8년 전 85세일 때 "앞으로 은퇴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얘기했다.
결국은 노령으로 제대로 활동을 못하고 작년에 딸이 법정후견인이 되면서 92세로 현직에서 물러났다. 은퇴하는 시기를 정확히 찾는 것이 최고경영자의 제일 어려운 결정이 아닐까 한다.
아마도 타성에 젖은 경영인에게는 더욱 어려운 결정이 아닐까 싶다.

김영수 캐나다 리자이나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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