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중소 골판지포장업체들 "대기업 골판지업체 공정한 가격 경쟁해달라"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3 19:40

수정 2017.05.23 19:40

"원재료인 원지값 오르면 상자값 올리는게 당연한데 원지 계열사 있는 대형사 상자 가격에 반영 늦어… 저가 경쟁에 버티기 힘들어"
폐지를 주요 원재료로 골판지 상자를 제조 판매하는 국내 골판지 포장업계간의 갈등이 불거질 조짐이다. 골판지 업계는 '중국발 국내산 폐지 싹쓸이'에 따른 원재료값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소 전문제조업체는 대형사와 중소 전문사의 제품(상자)값에 인상된 원재료 값을 반영하는 시기가 달라 어려움을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23일 골판지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골판지 상자를 제조, 판매하는 골판지 포장기업들은 골판지 대형기업에 '원지값 인상 시점과 계열사 골판지 상자 가격 인상 시점을 맞춰 달라'고 요청했다. 즉, 원지 가격을 5월 초에 올렸다면 계열사 골판지 상자 가격에도 5월 초에 인상분을 반영하라는 의미다.

중소 전문 골판지 포장기업들이 이같은 요구를 하는 이유는 골판지 원지 가격의 오름세가 꺾일 기세가 보이지 않은데다 대형 기업과의 납품가격 저가 경쟁까지 겹치면 경영난이 더욱 가중된다고 판단해서다.


골판지 산업은 폐지를 사서 원지(이면지.표면지.골심지)를 만들고, 원지를 사서 상자를 만드는 구조로 이뤄진다. 국내 골판지업계는 5대 기업이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골판지 원지의 주요 원재료는 폐지로, 생산 원가의 60~70%를 차지하기 때문에 원지 가격 인상은 골판지 업계의 직격탄이다.

현재 국내 원지 가격은 중국의 국내산 폐지 싹쓸이 현상으로 좀처럼 안정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제지업계 및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폐지 수출량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42.5% 늘어난 18만1593톤을 기록했다. 이중 중국 수출이 전체 62.4%인 11만3290톤에 달했다. 이미 지난해 중국 폐지 수출량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추세라면 연간 폐지 수출량 70만톤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에서 폐지 수급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면서 골판지 원지 가격은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거쳐 39.3% 올랐고, 골판지 상자값 인상 요인도 20.6% 발생했다. 그러나 거래처와의 관계 탓에 납품가를 제때 올려받지 못하고 있는데다 골판지 포장업계간 출혈 경쟁도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골판지 대형기업은 원지 계열사를 포함한 단계별 계열사를 보유하다 보니 그나마 버티지만 수천개의 중소 전문 제조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란게 업계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원지 계열사를 보유한 골판지 대형기업들이 원지 가격을 인상할때 상자값도 함께 올려야 한다는게 중소 전문 골판지 제조기업들의 주장이다.

중소 골판지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 포장업계는 원지값 인상분을 2~3개월뒤에 제품 값에 반영하다보니 원지회사를 갖고 있지 않은 전문 박스 제조업체는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다"며 "제품 가격을 함부로 올릴 수도 없어 손해보고 팔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경영난이 가중될 경우 결국 중소 골판지 제조업체는 도산으로 치닫는 등 업계의 양극화 현상이 더 두드러질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포장용 상자를 제조하는 동국판지는 올 초 파산한 반면, 대양그룹은 골판지 상자기업인 대성산업을 지난해 인수했다. 골판지 포장재 제조사 태림포장을 소유한 IMM PE는 동광판지 골판지 제조부문 인수했다.


골판지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사에서 원지값 인상분 반영 늦게하면 시장에선 저가 출혈 경쟁으로 치다를 수 밖에 없다"며 "이런식으로 1~2년은 버틴다 해도 시장 환경이 좋지 않아 전문 제조업체들은 도산으로 내몰리는 반면, 골판지 대기업만 몸집을 불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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