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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울산지역 '직장인 아너 1호' 심필보 SK에너지 울산CLX 3공장 선임대리

조지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1 18:11

수정 2017.06.02 16:35

"기부는 마음이 중요… 능력에 따라 하면 돼" 직장생활 30년 나눔 실천
"한번 시작하니 속도 붙어 지금은 지인들에게도 독려"
[인터뷰] 울산지역 '직장인 아너 1호' 심필보 SK에너지 울산CLX 3공장 선임대리

SK에너지 심필보 울산CLX 3공장 선임대리(사진)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러나 흔히 볼 수 있는 직장인은 아니다. 심 선임대리는 지난해 2월 1억원 이상 기부해야 정회원이 되는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너무 가난해서 쌀밥을 먹는 게 소원이었던 한 소년은 기부와 봉사를 앞장서 실천하며 지인들에게 독려하는 '나눔 전도사'가 됐다.

심 선임대리는 1일 "기부는 많이 가진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많이 가졌다는 기준은 없다"면서 "기부는 물질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 선임대리는 올해까지 1억원 기부를 약속하며 울산지역 '직장인 아너 1호'가 됐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설립한 개인 고액기부자 클럽이다. 사업가나 전문직 종사자, 유명 연예인, 스포츠 스타가 아닌 직장인이 아너 소사이어티에 정회원이 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나눔 활동을 계속하면서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은 꿈처럼 품고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가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을 포함해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은 모두 1억7000만원 이상이다. 30년 동안 직장생활을 한 심 선임대리는 나눔활동 경력이 직장인으로서의 삶의 절반가량 된다. 각종 사회복지기관에 매달 후원금을 보내고 있고, 청년희망펀드와 세월호 참사 당시엔 수백만원을 여러 차례 전했다.

심 선임대리는 모교인 농소중학교에도 10년 넘게 매해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300만원씩 11년 동안 꾸준히 장학금을 전하던 그는 지난해부터는 500만원으로 금액을 늘렸다. 심 선임대리는 자신이 후원한 장학생들에게 받은 편지를 언급하며 "'선배님 도움으로 힘을 얻었다. 사회에 나가서 선배님처럼 되고 싶다'는 말에 제가 더 고마웠다"고 했다.

심 선임대리는 스스로를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어린 시절 너무 가난했다. 점심 때 수돗물로 배를 채웠고, 흰 쌀밥을 배불리 먹는 게 소원이었다"며 "여유가 생긴다면 꼭 어려운 학생들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기부에 나서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젠 나눔 전도사가 된 그도 개인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은 탓에 처음엔 기부가 어려웠다고 소회했다. 심 선임대리는 "물꼬를 트니 망설일 일이 아니었다"며 "한번 시작하니 오히려 속도가 붙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독려하게 됐다"며 웃음을 지었다.

심 선임대리가 가진 나눔 바이러스는 직장 동료들에게도 퍼졌다. SK에너지 울산CLX에 근무하는 2900여명의 구성원 가운데 1140명이 '1인 1후원계좌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까지 모금한 금액만 1억7532만원에 이른다. 또 울산CLX는 각 본부, 공장, 실별로 운영되는 21개 자원봉사팀에 구성원 전체가 봉사팀원으로 소속돼 연중 활발하게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최고경영층의 노력과 사내 문화도 한몫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사촌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과 함께 지난 1월 올해 아너 소사이어티 1~3호 회원으로 나란히 가입하며 기부문화 확산에 앞장섰다. SK네트웍스 최신원 회장은 초대 아너소사이어티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아울러 심 선임대리는 물질적 기부뿐만 아니라 어려운 사람들의 손과 발이 돼주는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에 그는 울산 CLX 3공장의 '봉사 코디네이터'라는 또 다른 칭호도 가지고 있다. 공장 차원에서 진행하는 봉사일정과 봉사처, 참가자를 조율하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심 선임대리는 공장의 프로그램과 별도로 중증장애인시설과 무료급식소 배식 봉사활동에도 나설 계획이다.


심 선임대리는 앞으로의 계획도 기부와 봉사라고 말했다. 이제 그에게 나눔은 끼니마다 먹는 쌀밥보다 자연스러운 것이 됐다.
그는 기부에 대해 "자기 형편과 능력에 따라 하면 된다"며 "많이 한다고 잘하는 것이고, 적게 한다고 잘 못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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