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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규제 실패를 또 다른 규제로 막으면 안돼…민간에 맡겨야"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8 15:10

수정 2017.06.18 15:10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 통신정책 토론회]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압박은 시장경제를 부인하는 초법적 행위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등 통신산업에 대한 규제 실패를 또 다른 규제로 막아서는 안 된다.” -이병태 카이스트(KAIST) 경영대학 교수
“통신요금은 사업자가 결정해야 할 몫이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병배 공정거래실천모임 대표
정부 스스로 통신산업에 대한 규제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신서비스는 공공적 성격이 있지만 공공재가 아니라 엄연히 주파수를 경매로 구입한 민간 통신사업자의 서비스인 만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기획위)와 미래창조과학부 등 주관부처가 ‘통신요금=보편적 복지’란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게 시장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 주최로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ICT생태계와 바람직한 통신정책 방향’ 정책 간담회에서 최근 불거진 월정액 1만1000원 상당의 이동통전화 기본료 폐지 등 문재인 정부의 통신요금 정책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 방안이 논의됐다.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 주최로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ICT생태계와 바람직한 통신정책 방향’ 정책 간담회 모습. /사진=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실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 주최로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ICT생태계와 바람직한 통신정책 방향’ 정책 간담회 모습. /사진=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실

■통신요금은 디지털 서비스를 누리기 위한 투자로 접근해야
이날 기조발제를 맡은 카이스트 이병태 교수는 “이동전화 기본료 폐지 요구는 법적 근거가 희박한 직권남용”이라며 “통신서비스는 공공재가 아니라 민간사업자가 경매로 구입한 주파수를 기반으로 한 민간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이동통신 3사가 시장 과점으로 인해 담합을 하고 있다면 공정거래법으로 처벌하고 단속해 시정명령을 해야지, 경영상의 결정에 개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이 교수는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가 발표한 수치를 인용,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질 좋은 통신 서비스를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누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마트폰 한 대로 이뤄지는 각종 디지털 서비스를 감안하면, 통신요금은 더 이상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즉 온라인 강의나 영화·음악 감상, 사진촬영을 비롯해 길 찾기(지도)와 식당예약(간편결제) 등을 통신 서비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시장개입으로 통신 인프라 망가진 이스라엘 반면교사
기조발제 후 이어진 비공개 패널토론에서도 기본요금 폐지에 대한 신중론이 주를 이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열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부회장은 “기본료 폐지는 생존의 이슈”라며 “기본료를 폐지하면 알뜰폰 업계 가격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김신구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상임부회장도 “기본료 폐지는 유통점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진다”며 “이는 정부에서 내세운 일자리 정책 및 중소기업 정책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토론자들은 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으로 인해 유·무선 통신 인프라가 무너진 이스라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광희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상임이사는 “이스라엘 정권이 바뀐 후 기본료 폐지 등 인위적인 요금인하가 이뤄지면서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서비스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번 통신 인프라와 품질이 망가지면 복구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 좌장을 맡은 송희경 의원은 마무리발언을 통해 “시장경제질서를 유지하고 공정한 경쟁 및 통신 시장 활성화를 위한 통신 정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우세했다”며 “향후 공개 토론회 등 적극적인 의견 수렴을 통해 대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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