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월호 잊었나… 학교 안전교육 ‘시간 때우기’ 급급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04 17:25

수정 2017.07.04 17:25

폭염속에서 화재 대비 교육.. 수영장 없는데 생존수영 수업
최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A초등학교 운동장에는 학생들이 가득 모였다. 인근 소방서가 진행하는 안전교육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더운 날씨에도 이날 학생들은 인조잔디가 깔린 운동장에 나와 화재 재난 대비 교육을 받아야 했다. 소방대원들이 워낙 바쁜 탓에 교육 일정을 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2시간여 동안 소화기 사용법 등을 체험했으나 불에서 나오는 열기와 무더위로 인해 오히려 교육시간 내내 안전에 위협을 느껴야 했다. 뜨거운 인조잔디 위에 앉아있던 학생들이 '엉덩이가 익을 것 같다'고 해 교사들이 아이들을 그늘로 데려가기도 했다.


■"시간 때우기 아닌 실질적 교육 필요"

학교에서 이런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데는 이유가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부는 학생 안전교육을 강화했다.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유치원과 초.중.고 학생은 학기당 51시간 이상, 교사는 연간 15시간 이상 안전교육을 의무화했다. 게다가 올해부터 전국 초등학교 1, 2학년은 매주 1시간씩 '안전한 생활'이라는 과목을 배우고 있다. 생활.교통.신변.재난 등 4개 영역으로 구성된 교과서를 활용한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안전교육이 시간 때우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질적인 학습효과보다는 시간 채우기에 급급하고 안전교육으로 인해 오히려 수업시수가 늘어나 교사 및 학생들이 피로감을 느낀다는 지적이다.

■"수영장도 없는데 웬 생존수영…"

세월호 참사 이후 학생들의 수상안전사고 대처 능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초등학교 생존수영 교육은 더욱 열악하다. 지난해 전국 초등학교 3~4학년 학생의 38%만이 학교에서 수영 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진행할 수영장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4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수영장을 갖고 있는 초등학교는 6000여곳 중 61곳으로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마저 지역 평생교육 프로그램이나 수영동호회 등이 선점한 경우가 많아 이용이 쉽지 않다. 전국 178개 교육지원청 중 31곳은 관할 지역에 수영장이 아예 없다.

한 교사는 "수영장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수영을 하라니 답답하다. 말이 생존수영일 뿐 영법을 배우는 수준이어서 실질적인 재난 대비와 거리가 있다"며 "시간 때우고 보고하는 형태의 교육이 아닌 실질적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시설 보강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안전교육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진 상태라는 점을 강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수영 10시간 중 생존수영이 2시간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4시간으로 늘렸다"며 "수영장 확충은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협력해야 할 부분이지만 노력중이고 여건이 가능한 곳은 최대한 교육을 확대하려 한다. 안전교육을 통해 학생과 교사의 안전 의식이 높아지고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안전교육이 체험 중심으로 돼야 하는데 시청각 중심으로 이뤄지는 곳이 많은 것은 파악했다"며 "올해 국민안전처와 협업을 통해 초등학교 151곳에서 심폐소생술 등 실전 위주 교육을 선보이고 있고 내년까지 곳곳에 안전체험관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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