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洪대표, MB만나 위기보수 대응책 논의.."박 前대통령 공개재판은 시체 칼질하는 것"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5 17:03

수정 2017.07.25 17:13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강한 야당 대표로서의 '결기'를 거듭 다지는 모습이다.

홍 대표는 25일 강남구 대치동 소재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무실로 이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취임 이후 첫 전직 대통령 방문이다.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오찬에도 불참한 홍 대표가 이 전 대통령을 찾아 위기를 맞은 보수의 재건과 당 지지율 회복, 주요 정국 현안에 대한 조언을 듣는 자리였다.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과정에서 한 때 견고한 공조를 이뤘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독자행보로, 정치적으로 왕따를 당한 이후 부쩍 강한 야당대표론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洪, 박 前대통령 공개재판…부관참시 인식
홍 대표는 이 전 대통령 예방이후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공개키로 한 것에 대해 "시체에 또 칼질 하겠다는 것으로 잔인하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인민재판을 한 번 받았는데 (재판장면을) 다시 공개해서 인민재판을 또 하겠다는데 좀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미 자기들은 쫓아내고 집권하고 자기들 할 거 다 했는데 이제 또 시체에 칼질하겠다는 건 잔인하다"고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 장면이 이미 TV로 생중계된 마당에 또 공개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것은 사법적 판단과는 별개로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인식이다.

이 전 대통령은 홍 대표의 예방을 받고 "어려운 시기에 야당 대표를 맡아서 고생이 많으시겠다. 힘들더라도 책임감을 갖고 임해달라. 그리고 홍 대표를 중심으로 야권이 단합해야한다"고 말했다고 동행한 전희경 의원이 전했다.

전 의원은 "홍 대표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건강한 보수의 기대들을 상기하고 열심히 해달라는 (이 전 대통령의) 당부가 있었고, 홍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께서도 '나도 밖에서 열심히 돕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의 집권초기 각종 개혁정책에 드라이브가 걸린 데다 추경 처리과정에서 한국당이 정치적으로 왕따를 당한 상황에서 홍 대표의 이 전 대통령 예방은 위기를 맞은 보수층의 결집을 시도하고, 보수 적통을 잇는 유일한 정당으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행보로 보인다.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의 '홍 대표를 중심으로 야권이 단합해야 한다'고 주문한 의미에 대해서도 "일단 지금 여당이 스피드를 내서 (개혁)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니까 강력한 야당의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을 하신거죠"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였던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 진행에 대한 의견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洪, 강경모드 정치적 홀로서기
홍 대표는 특히 민주당이 국민의당, 바른정당과 함께 추경처리를 시도한 이후부터 부쩍 강한 야당대표론의 결기를 재차 다지고 있다.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과 야3당을 싸잡아 "본부중대와 1·2·3중대가 신(新) 4당연합을 해본들 결국 야당은 우리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야권 공조 파트너쉽을 불인정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오히려 신 4당연합 시스템이 유일한 보수 야당으로서 한국당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같은 '셀프 고립전략'은 당의 이념적, 정책적 선명성을 확고히함으로써 정책적 우클릭과 함께 보수 야당의 이념적 노선을 재정립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홍 대표가 취임 이후 이날 처음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도 보수의 적통을 잇는 유일한 정당으로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한편 적폐청산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문재인정부에 대한 강도높은 대응의 '예고편'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홍 대표는 혁신위원회를 토대로 한 당 쇄신과 내부 통합작업에 속도를 냄으로써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 비정규직 제로화, 증세 논의 등 다양한 개혁 드라이브에 맞서 '견고한' 단일대오를 형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민주당이 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과 앞으로도 주요 사안별로 '전략적 제휴'에 나설 경우 정치적으로 고립되는 것은 물론 원내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냄으로써 정국주도권 잡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홍 대표에 대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것도 '한국당의 홀로서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는 관측이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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