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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기 전 삼성 사장 “승마 지원, 청탁 대가 아냐"

권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1 23:51

수정 2017.08.01 23:51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이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이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김진동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49차 공판에서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에 대한 신문이 진행됐다. 장 전 사장은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에 이어 세 번째로 피고인 신문대에 섰다.

이날 장 전 사장은 삼성의 승마 지원이 부정한 청탁을 위한 대가가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장 전 사장은 ‘'승마 지원이 대통령에게 삼성 경영 현안을 해결해 달라는 청탁의 대가라고 생각해본 적 있나'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또 그는 최씨의 영향력에 대해 알게 된 이후에도 사소한 청탁도 시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 전 사장은 ‘최씨에게 바란 것은 삼성의 승마 지원 정상화를 방해하지 말아달라는 게 거의 전부였다’는 취지로 답했다.

■“특검 조사 시 추측성으로 진술했다”
장 전 사장은 특검 조사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어쩔 수 없이 정씨를 지원했다’라고 한 진술에 대해 "조사 받을 무렵은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당시였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언론 보도되고 있었다. ‘최씨의 뜻이 대통령의 뜻일 수도 있겠구나’라고 추측해 진술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 전 사장은 “‘대통령이 강요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회사 입장에서는 법적 책임에서 면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통령의 책임을 강조하게 됐다”며 “사실은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의중이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추측성으로 진술했다”고 털어놨다.

특검 조사 당시 장 전 사장은 "이 부회장이 대통령과 독대 후 저를 불러 청와대에서 받은 자료라며 봉투(영재센터 2차 후원 계획안이 든 봉투)를 건넸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날 법정에서 장 전 사장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서 이 봉투를 받았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이날 장 전 사장은 "재판 과정에서 보니까 이 부회장이 대통령에게서 봉투를 받아 저에게 전달한다는 것 자체가 시간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영재센터 자료라는 게 청와대 외엔 받을 데가 없어서 이 부회장이 대통령 독대 후 받아왔겠구나’라고 생각해 진술했다"고 말했다.

■“최씨가 자기 딸 지원해주지 않았다며 삼성 비난했다”
장 전 사장은 이날 ‘최순실씨가 자기 딸을 지원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통령에게 삼성에 대한 험담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했다.

장 전 사장은 2015년 7월 30일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만나고 귀국한 박 전 사장의 보고를 듣고 ‘최씨가 자기 딸을 지원 안 해주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삼성을 비난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진술했다.

다만 그는 2015년 7월 25일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단독면담에서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질책한 이유에 대해서 “특정 선수 지원하라고 얘기한 건 없고 제대로 올림픽 준비를 안 한다고 질책한 것 같다”고 밝혔다.

특검에 의하면, 장 전 사장은 박 전 사장으로부터 ‘최씨가 대통령에게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놓고 정유라씨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말해서 대통령이 면담 때 야단친 것 같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한편, 장 전 사장의 공판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이날 예고됐던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 피고인 신문은 성사되지 못했다.
2일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예정된 박 전 대통령이 또 다시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최 전 실장과 이 부회장의 피고인 신문으로 대체될 전망이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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