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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세법개정>부자증세 단행...세수확보에 기여도 높은 특정집단 부담 가중

앞으로 연간 근로소득이 4억 5000만원 정도 되는 사람은 소득세를 200만원 정도 더 내야 한다. 5억 5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사람에게는 과거보다 400만원의 세금을 더 징수한다. 법인세 과세표준이 5000억원인 기업의 경우도 앞으로 법인세를 과거에 비해 90억원 더 내야 한다.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 구간의 세율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1일 정부가 발표한 2017년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대기업,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부자증세를 예고했다. 이미 정치권에서 논의됐던 방향 그대로 적용됐다.

■129개 법인, 2조 5천억원 법인세 인상
대기업의 경우는 법인세 추가 징수와 더불어 미래성장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축소, 각종 설비 투자세액공제도 줄어들면서 부담은 늘었다.

우선 법인세 최고 과표구간이 신설됐다. 과표구간 2000억원 초과 구간의 법인세율이 기존 22%에서 25%로 인상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129개 기업이 2조 5500억원 규모의 법인세를 더 납부해야 한다. 기존 법인세율은 과표 0~2억원은 10%, 2~200억원은 20%, 200억원 초과는 22%였다. 법인세율은 1990년 초 30%대에서 2011년 22%로 인하됐다. 그 이후로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은 없었다.

대기업의 실질적인 증세는 법인세 명목세율 이외에도 여러가지가 담겼다. 대표적인 것이 연구개발 세액공제다. 연구개발 세액공제는 대표적인 대기업 법인세 조세감면 제도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을 통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실적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제공되던 기본공제율 1%를 폐지할 계획이다. 정부는 대기업에 대한 연구개발 비용 세제지원 중 당기분 방식(1~3%)은 단순보조적 지원으로 연구개발 유인효과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설비 투자세액공제 항목 중 생산성향상시설, 안전시설, 환경보전시설 투자세액공제가 기존 3%에서 1%로 줄어든다. 이로써 설비투자 세액공제 6개 항목 모두 대기업의 경우는 세액공제율이 1%로 낮춰진다. 대기업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세액공제 축소로 5500억원의 세수가 확보된다.

대기업의 이월결손금 공제한도도 현재 80%에서 내년부터는 60%, 2019년에는 50%로 줄어든다.

■9만 3000명, 소득세 1조원 증세
고소득자의 과세도 강화된다. 과세표준 3억~5억원 구간 및 5억원 초과 구간 소득세율을 2%포인트씩 인상해 각각 40%, 42%의 세율을 적용한다. 적용대상은 총 9만 3000명으로 근로소득자 2만명, 종합소득자 4만 4000명 등이다.

대주주의 주식 양도 소득에 대한 과세도 확대된다. 양도소득에 대한 누진세율을 적용해 현행 일괄 20%였던 세율을 과세표준 3억원 이하분은 기존과 동일한 20%이지만 3억원 초과분은 25%로 부과한다. 예를 들어 양도소득 과세표준이 10억원인 대주주의 경우 현재 양도소득세로 2억원을 납부하나 내년 이후부터는 2억 35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대주주의 범위도 2021년 3억원 초과로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도 편법증여를 막기 위해 강화된다. 현재는 특수관계 법인 거래 비율이 정상거래비율(대기업 30%, 중견기업 40%, 중소기업 50%)를 초과하는 경우 과세 대상이 된다. 그러나 앞으로는 대기업의 경우 거래비율이 20%를 초과하면서 특수관계법인과 매출액이 1000억원 초과일 경우도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증여이익을 계산하는 방법도 변경돼 세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상속증여세를 신고기한 이내에 하면 세액의 일정 부분을 공제해줬던 상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도 현행 7%에서 2019년 3%로 낮아진다. 정부는 금융실명제, 부동산실명제 도입 등으로 과세 인프라가 확충되고 비과세·감면 정비 필요성 등을 감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정 집단에 세부담 증가 현상 강해져
일각에서는 현재 고소득층에 집중돼 있는 소득세 부담 현상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종합소득세의 경우 상위 15.7%를 차지하는 2만여명이 전체 종합소득세의 33.7%를 부담한다. 소득금액 기준 하위 17.6%에 해당하는 인원은 375만명으로 이들이 전체 종합소득세의 2%를 부담한다.

근로소득의 경우 2015년 기준 소득금액의 상위 15.8%에 해당하는 인원은 60만명이며 이들이 전체 근로소득세의 52.2%를 부담한다.
근로 소득금액 하위 14%에 해당하는 766만명은 전체 근로소득세의 0.2%를 부담한다. 10대 대기업의 법인세 부담 비중은 2015년 기준 23.5%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일부 대기업과 고소득층이 전체 세부담을 많이 하는 구조인데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