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

[8·2 부동산대책 후폭풍]"집 살 계획인데 대출 막히는건가요?"… 전화통 불난 은행들

예상 뛰어넘는 파급력..고객들 "이 정도일줄 몰랐다" 가계부채 잡는 효과는 확실
까다로워진 규제완화조건에 무주택 실수요자들까지 울상
혼란스런 수요자들..고강도 부동산 대책 내놓자 대출 수요자 계획 전면수정
유권해석 필요한 부분 많아 명확한 답변못해 혼란 가중
8.2부동산 대책에서 '투기지구'로 선정된 강남구 개포동의 국민은행 영업점 대출창구. 영업점 대출 창구는 한산한 모습이었지만 대출한도와 추가 대출 가능여부에 대한 전화 문의가 이어졌다. 사진=최재성 기자
8.2부동산 대책에서 '투기지구'로 선정된 강남구 개포동의 국민은행 영업점 대출창구. 영업점 대출 창구는 한산한 모습이었지만 대출한도와 추가 대출 가능여부에 대한 전화 문의가 이어졌다. 사진=최재성 기자


"집사람과 계획한 아파트 구입 계획 전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네요."

3일 시중은행 대출 창구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부동산 수요자들의 얼굴에는 혼란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전날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발표함에 따라 계획해 놓은 주택 구매 계획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미 대출시장에는 8월을 전후해 강력한 대출 규제책이 나올 거라는 이야기가 나돌았지만 대출 수요자들은 하나같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혼란스러운 것은 은행도 마찬가지였다. 2일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 고객 문의 전화가 몰려든 탓이다.

예외 조항과 관련해서는 관계 당국의 유권해석이 필요한 경우도 더러 있어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해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한산한 대출창구, 문의전화만 '요란'

서울 강남3구와 용산.마포 등 투기지구로 정해진 서울시 11개 지역의 은행 영업점 대출 창구는 이날 의외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방문 문의보다는 전화 문의가 주를 이룬 것도 한몫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까지 8·2 부동산 대책과 관련한 대출 문의는 대부분 전화 상담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주로 중.장년층 고객들의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국민은행은 시중은행 중 주택담보대출 취급 비중이 가장 높다.

상담은 주로 △대출 한도에 대한 문의 △투기지구에서의 추가 대출 가능 여부 등에 대해 이뤄졌다.

특히 투기지구로 선정된 11개 지역에서는 추가로 대출을 받을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문의가 빗발쳤다. 이번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투기지구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면 추가대출은 불가능하다. 또 투기지구가 아닌 곳의 주담대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LTV와 DTI가 30%로 제한된다.

마포 지역의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1주택 소유자가 추가 주택 구입 시 대출 가능 여부에 대한 문의가 많았고, 대책 발표 전 대출 상담을 문의한 고객도 상당수 있었다"고 말했다.

재건축 열기가 뜨거운 강남 지역의 개포.대치.압구정 일대 영업점에는 전매제한에 대한 문의도 이어졌다. 개포주공 4단지 인근의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한도 문의와 함께 전매제한 등 양도.양수에 관한 사항에 대한 문의도 이어졌다"며 "이번 대책이 향후 재건축 진행 예정인 지역에 대해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물어보는 고객도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예상 뛰어넘는 수준…효과는 '확실'

대출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8·2 부동산 대책에 대해 '예상했던 것보다 강력했다'는 공통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행권에서도 중강도 수준이었던 6·19 부동산 대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파급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강남지역의 시중은행 관계자는 "6·19 부동산 대책은 효과나 대출 변화 등을 잘 체감하지 못했는데 이번 8·2 대책과 관련해서는 벌써부터 대출 수요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그 영향력이 피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의 파급력을 체감하는 것은 비단 은행업계뿐만이 아니다.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하려 했던 이들은 물론, 무주택 실수요자들도 대출에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이날 주택담보대출 문의를 위해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은행 영업점을 찾은 직장인 김모씨(34)는 "실수요 목적으로 주택을 구매하려 해도 대출 규제가 있어 고민이다"며 한숨 섞인 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의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규제완화 조건이 있지만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 △주택가격 6억원 이하 등의 전제 조건이 있어 사각지대가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정상적으로 과열된 부동산 시장과 증가 일변도의 가계부채를 잡는 효과는 분명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소 실장은 "LTV와 DTI 모두를 아우르는 이번 정책은 분명 과열된 부동산 시장 경기 완화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달 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과 연계해 분명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