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

MB정권 국정원 여론조작 핫이슈 부상..與野 안보충돌 2R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4 15:12

수정 2017.08.04 18:35

민주-국민의당 "헌정유린"..진상규명 촉구 VS 한국당 "안보무능 덮으려는 정치보복용" 
국가정보원이 이명박정부 당시 대규모 댓글부대를 동원해 여론조작 시도를 했다는 '자기고백'과 관련, 여권의 적폐청산 드라이브가 이명박 정부의 심장부를 '정조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국정원의 여론조작을 위한 민간인 댓글부대 운용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안보정국과 맞물려 정치권의 핫이슈로 급부상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정보기관의 여론조작이라는 사상 최악의 사태가 터졌다"며 이를 '헌정 질서 유린행위'로 규정하고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한 충격적 사건'이라며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관련자들 색출해 엄중 문책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최근의 안보위기 정국에 대한 문재인정부의 부실 대응을 물타기하는 '정치보복 행위'라며 안보 대처 무능을 덮기 위한 '과거정권 파헤치기', '국정원의 정치화' 등 운운하며 국정원의 제 역할 주문으로 맞대응했다. 한국당 일각에선 국정조사를 통해 정면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국민의당 '헌정유린' 비판…MB 정조준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18대 대선을 앞두고 제기됐던 국정원 댓글 사건에 진실의 일부가 밝혀졌다.
빙산의 일각임에도 매우 경천동지할 내용"이라며 "당사자들은 더 늦기 전에 진실을 고백하라"라고 촉구했다.

그는 "현재 이명박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지금 국정원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주변의 반응만 있다"면서 "그 뻔뻔함에 기가 찰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원 댓글공작은 일벌백계로 다뤄야 한다"며 "이 전 대통령이 반드시 책임을 져야할 일"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민주당은 성역없는 검찰 수사를 통해 명확한 사실관계를 철저하게 규명할 것을 촉구하는 등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적폐청산 개혁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8월 결산 국회에서 전 정부의 적폐관련 예산을 집중 파헤쳐 바로잡겠다는 구상이다. 이달 중순께 구성할 '당 적폐청산위원회'를 본격 가동해 국정 전반에 걸친 과거 적폐 파헤치기와 이와 관련된 입법 과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국민의당도 '국정원의 탈법적 정치개입'이라며 9월 정기국회에서 핵심 의제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김유정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결국 원세훈 전 원장의 선거여론 조작사건의 몸통은 이명박 청와대인 셈이다. 실로 경악할 만한 일"이라며 "명백히 국정원의 탈법적인 정치개입이자 선거개입이다. 용서할 수 없는 위법행위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꼭 치러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발끈했다.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를 가고 대북문제를 풀기 위한 국제공조에서 '코리아 패싱' 움직임이 일고 있는 등 안보 대처가 무능한 상황에서 갑자기 전 정권 댓글 조작 건을 들고나온 타이밍이 예사롭지 않다는 인식이다.

보수야당 "안보무능 덮기 정치보복"…복잡 기류
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나라의 안보가 국내외적으로 백척간두에 서있는 상황이다. '코리아패싱', '미·중 빅딜'설 등 대외적으로는 한국이 소외되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국내적으로는 북핵 도발 직전임에도 사드배치의 일반환경영향평가 시행을 주문하는 등 안보무능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보전에서 뒤처지고 있는 국정원의 현실을 고려해 국정원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과거정권 파헤치기'로 국정원을 정치화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하다면 검찰이 수사하면 될 일"이라며 "국정원이 본연의 역할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정치 보복 쇼'에 개입하는 '국정원의 정치화'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은 국정원이 갈등과 대결의 프레임을 증폭시키려는 정치적 노림수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한·미간 정보 공조를 활성화하는 제 역할에 매진할 것을 촉구했다.

같은 보수야당인 바른정당은 일단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도 성역없는 수사가 이뤄져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만 보수야당에 옛 친이계 의원들이 상당수 포진한 만큼 '불순한 정치적 의도' 등의 비판과 함께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등 다소 복잡한 기류가 감지된다. 한국당은 특히 이번 사태가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과거 정권에 대한 우파 청산작업일 수 있다는 판단아래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정면 승부를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와 주목된다.
만약 국정조사가 본격 추진될 경우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한 국조 여부가 정치 쟁점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