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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 Money] 당신의 취미는 얼마짜리입니까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6 17:27

수정 2017.08.06 17:27

YOLO족의 新문화 ‘취미 재테크’
취미로 모은 피규어.화폐.레고.와인…
시간 지나면 가격도 뛰어 일석이조
레고 年 수익률 12%로 주식 앞질러
1억원 왕사슴벌레 등 ‘펫테크’도 등장
지난 3일 서울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2017 건프라 엑스포'가 문을 열자마자 한정판 건담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하루가 지난 후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건프라 엑스포 한정판을 사고 싶다'는 글들이 삼삼오오 올라왔다. 인터넷에서 구매를 원하는 한 사람은 "시간관계상 직접 건프라 엑스포에 못가게 됐다. '더블오 퀀터' 구매를 원한다"는 의사를 보였다.

하지만 "쉽게 내놓겠다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댓글만 줄줄이 달렸다. 건담 한정판은 공식 판매처에서도 판매하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더 가치가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건담 한정판을 사기 위해 4시간을 기다렸다는 한 구매자는 "인터넷에서 적어도 4배 이상의 가격을 올려받지 않으면 되팔 의향이 없다"면서 "시간이 지나면 가격은 더 오르기도 하지만 그 이상 받지 않으면 소장하고 있는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Money & Money] 당신의 취미는 얼마짜리입니까

■'밑져야 본전'인 취미 재테크

취미로 모으기 시작한 피규어나 화폐, 레고, 와인 등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이색 재테크'로 급부상하고 있다. 부동산, 주식처럼 살 때의 가격보다 팔 때의 가격이 오르면서 의도치 않게 돈을 안겨주는 수단이 된 것이다.

취미 재테크가 가능한 배경에는 한번 사는 인생 즐기고 가자는 '욜로(YOLO)'족들이 늘면서다. 무조건 돈만 모으는 게 아니라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희소한 가치를 모으는 즐거움을 통해 성취감과 우월감을 느끼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대표적으로 대중에 많이 알려진 건 피규어와 레고다. 언뜻 장난감으로만 보이지만 수익률을 들으면 입이 벌어질 정도다. 레고의 경우 지난해 연평균 수익률이 12%였는데 이는 주식 연평균 수익률 4.1%, 부동산펀드 연평균 수익률 8.8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직장인들이 가장 쉽게 접하는 주식투자로 12%의 수익률을 내려면 상당한 위험부담을 져야 하지만 레고의 경우 '본인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기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게 투자자들의 심정이다. 피규어의 경우 캐릭터별로 천차만별이지만 작게는 몇만원에서부터 2000만~3000만원을 오가는 고가의 피규어까지 거래되고 있다.

화폐도 같은 이치로 취미 재테크로 떠오르고 있다. 시대가 지나면서 화폐는 경제적 가치를 잃었지만 유통되는 화폐가 사라지면서 오히려 취미수단으로서 가치는 높아지게 된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숙성의 맛이 깊어지는 주류 재테크도 있다. 우선 와인은 비교적 수만원대에 저렴한 가격에 와인을 사뒀다가 와인값이 오르면 경매 등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10만원대의 저가 와인부터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와인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와인들이 거래되고 있다.

또 다른 주류 재테크로는 맥캘란 시리즈다. 지난 10년간 2년에 한번씩 프랑스 크리스탈 브랜드 라리끄와 합작해 한정판 위스키를 출시해왔다. 올해 초 마지막 시리즈인 '라리끄 6'가 출시돼 가치 상승이 더욱 기대되고 있다. 보통은 제품 출시 후 1~2년이 지나면 20% 이상 프리미엄이 붙어 팔린다.

■물건을 넘어 동식물로 확대

취미 재테크는 물건을 넘어 생명체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특이한 다육식물과 애완동물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키우면서 판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1억원짜리 왕사슴벌레에서부터 3000만원짜리 비단잉어까지 일명 '펫 테크'로 통하는 애완동물 수집 취미는 아직은 소수에 한정돼 있다. 하지만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재테크로서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가정에서 흔히 기르는 열대어 중에서도 잘 키워 크기가 적당하고 빛깔이 좋은 것은 수십만원대에서 수천만원을 넘어서기도 한다.

식물을 키워 돈을 버는 방법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다육식물이다.
2000여종이 넘는 데다 키운 기간과 종류에 따라 가치가 달라져 최고 1000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때문에 희소성을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잘키워진 세상에 하나뿐인 다육식물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를 수 있는 셈이다.
다육식물은 분양받은 뒤 재판매해 수익을 얻는 방식인데 주부들을 중심으로 번져나가고 있는 이색 재테크 수단이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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