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미-러 천연가스 전쟁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20 18:02

수정 2017.08.20 18:02

美, 셰일가스 개발성공으로 폴란드.리투아니아에 수출
유럽시장 장악한 러 긴장 가격 인하로 반격할 수도
미국이 21일(이하 현지시간) 처음으로 옛 소련의 일부였던 리투아니아에 천연가스를 수출하면서 유럽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천연가스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을 전망이다. 미국이 지정학적 이유를 들어 유럽 국가들을 설득하는 반면 러시아는 과감한 가격인하로 기존 고객들을 붙잡는다는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보도에서 이번 수출이 유럽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러시아를 긴장시키고 있으며 러시아 역시 시장 방어를 위해 반격에 나설 예정이라고 전했다.

천연가스 공급을 러시아에 의지하던 리투아니아는 지난 6월 미국산 천연가스 수입을 결정했다. 해당 물량은 21일 처음으로 리투아니아 클라이페다 항구에 도착한다. 지난달 폴란드가 동유럽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천연가스를 수입했으나 리투아니아같이 소련의 일부였던 국가가 수입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 콜롬비아대학 글로벌 에너지정책센터의 제이슨 보르도프 센터장은 "미국 천연가스의 도착은 러시아를 불안하게 만들 것이며 확실히 불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천연가스 수출능력은 지난 2012년만 해도 연간 20억4000만㎥에 불과했으나 셰일 지층에서 천연가스 개발에 성공하면서 지난해 81억6000만㎥로 급등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의 수출능력은 내년에 447억7000만㎥를 기록하고 2022년에는 1066억5000만㎥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이처럼 넘쳐나는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동시에 지정학적인 이익을 마음에 두고 있다. 지난 2015년 기준으로 유럽연합(EU)이 가장 많은 천연가스를 수입한 역외 국가는 러시아(1216억8900만㎥)로 러시아산 가스는 현재 유럽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7월 유럽순방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유럽국가 12곳이 미국산 가스를 수입하고 싶어 한다며 유럽 국가들이 이를 통해 러시아의 정치적 압박을 피할 수 있다고 떠벌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천연가스 수출의 75%를 유럽에 보내는 러시아는 잔뜩 긴장했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우리는 세계 천연가스 시장과 미국의 생산량 증가를 주시하고 있으며 최근 러시아의 점유율 확대를 위한 노력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WSJ는 러시아가 '노드스트림2'같은 가스관 건설에 따른 가격 인하로 유럽 국가들을 붙잡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 시장조사기관 S&P글로벌플래츠에 따르면 천연가스 100만BTU(영국열량단위)를 유럽에 보내기 위해 드는 비용은 미국의 경우 선적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6.29달러가 들지만 가스관을 갖춘 러시아의 경우 4.86달러(약 5548원)면 가능하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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