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vs값싼 계란...A4용지 크기 케이지와 맞바꾼 계란 값

-‘233원’ 대 ‘458원’ 일반계란 대 동물복지 
-양계농가, 소비자는 값싼 계란 원해 vs 동물권 생각해야 

닭 1마리에 대한 케이지 최소 사육면적은 A4용지(0.06㎡) 크기보다 작은 0.05㎡(25X20㎝)다. /사진=최용준 기자
최근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베터리케이지(철제 감금 틀)에서 닭을 키우는 공장식 밀집사육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외 선진국은 산란계 케이지 사육을 금지하고 있지만 우리는 값싼 계란 생산을 위해 90% 이상 농장이 케이지 사육을 한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닭이 날개조차 펴지 못하는 '케이지'를 문제 삼는 반면 양계업자는 소비자에게 저렴한 계란 제공과 다량 생산을 위해 케이지 사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케이지 사육 94% 육박...대안은?
22일 동물보호단체에 따르면 닭은 흙 목욕으로 진드기를 제거한다. 그러나 케이지 최소 사육면적은 A4용지(0.06㎡)보다 작은 0.05㎡(25X20㎝)다. 흙바닥이 없고 움직임도 불가능해 닭 스스로 진드기를 제거할 방법이 없다. 닭 진드기 1마리는 9주 뒤 1억 3000만마리까지 늘어나 살충제를 지속적으로 쓸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살충제 달걀 해법을 위한 동물복지정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을 가진 동물보호단체 카라, 동물자유연대는 "(케이지 사육으로 인한) 예고된 참사"라며 "감금식 사육으로 동물 면역력이 약화돼 질병에 취약하게 만들고 항생제 문제 역시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다"고 주장했다.

케이지 안에서 밀집 사육된 닭은 전염병 발생이나 이상기후 시 떼죽음 당하기도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1월부터 올 6월에 걸쳐 발생한 AI(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가금류 3787만수가 살처분됐다. 지난해 여름 폭염으로 가금류 418만수가 폐사했다.

이 때문에 동물보호단체는 케이지를 줄이고 '동물복지농장'을 늘릴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동물의 복지는 국민 복지 및 건강과 직결된다"며 "닭을 풀어서 키우는 동물복지농장에서는 해당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도 살충제 사태 이후 안전관리 강화 방안으로 '동물복지농장 확대'를 내놨다.

동물복지농장은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증기준에 따른 것이다. 동물복지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9마리당 1㎡, 마리당 0.11㎡ 이상 공간이 필요하다. 케이지 0.05㎡ 사육면적 2배 이상이다. 높은 곳에 오르기 좋아하는 닭의 습성을 고려해 횃대설치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EU(유럽연합)는 동물복지 5개년 행동계획(2012~2015년)을 수립, 2012년부터 산란계 케이지 사육 금지 등 동물복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생산성, 소비자가격"vs"먹거리 안전성"
전국 산란계 농장 1456호 중 케이지가 없는 동물복지농장은 89곳으로, 6%에 불과하다. 마리수로는 동물복지농장에서 자라는 닭이 전체 약 1% 정도다.

대부분 농가에서 케이지 사육을 하는 것은 생산성과 효율성이 좋기 때문이다. 동물복지농장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케이지 산란율은 90%, 동물복지농장은 70% 수준"이라고 밝혔다. 효율성 측면에서 케이지 축산은 자동기계가 계란을 수거할 수 있지만 동물복지농장은 인력으로 수거해야 하는 등 인건비가 많이 든다. 동물복지농장 인증 계란값이 더 비싼 이유다. 실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일반 계란 상품 '알판란 30구'는 개당 가격이 233원인 데 비해 '동물복지 유정란 10구'는 458원이다. 약 2배 차이다.

양계농가는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에 맞춰 계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케이지가 적절하다고 입을 모은다. 소비자들이 값싼 계란을 선호하니 공장식 축산으로 계란 공급을 늘렸다는 것이다.

김동진 대한양계협회 국장은 "공장식 축산은 모두 자동화돼 버튼 하나로 안의 온도, 환기, 습도를 다 맞춘다"며 "생산성이 떨어지는 동물복지농장을 운영할 농가는 많지 않다"며 "정부가 재원을 확보해 직불금처럼 인센티브를 준다면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김현지 동물보호단체 카라 정책팀장은 "현재 사육환경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고 가격은 사육환경이 좋을수록 높아지는 게 아니라 유통·광고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과 동물의 건강이 무관하지 않은만큼 먹거리 안전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매번 문제가 불거지는 케이지 사육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