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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인찬 칼럼] '카뱅' 직원은 몇명일까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4 17:15

수정 2017.09.0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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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불만 없고 일도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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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인찬 칼럼] '카뱅' 직원은 몇명일까

전설적인 미국 자동차 노조 지도자 월터 류터와 헨리 포드 2세가 자동차 공장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포드가 비웃듯 물었다. "위원장님, 저 로봇들한테 노조비를 어떻게 받으실 건가요?" 류터가 대꾸했다. "회장님, 저 로봇들한테 차는 어떻게 파실 건가요?" 실리콘밸리 전문가 마틴 포드가 쓴 '로봇의 부상'에 나오는 일화다.

신기술은 일자리 킬러다.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1970년대 전성기 때 80만명 넘는 종업원한테 월급을 줬다.
21세기 최고기업으로 꼽히는 구글은 작년 기준 7만2000명을 고용했다. 역설적이지만 구글이 직원을 이만큼이나 두고 있는 게 놀랍다. 그 절반만 둬도 구글이라는 정보기술(IT) 회사는 얼마든지 굴러갈 것 같다. 또 다른 IT 강자 페이스북은 1만7000명으로 너끈히 회사를 꾸려간다.

올해 국내 금융시장에서 단연 화제는 카카오뱅크다. 출범한 지 한 달 만에 은행 판도를 뒤흔들었다. 새로 튼 계좌수, 들어온 돈, 나간 돈이 모두 폭발적이다. 여기서 문제 하나. 카뱅 직원은 현재 모두 몇 명일까? 답을 말하기 전에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부터 보자. 다 합쳐서 5만9000명(3월 말 기준), 은행당 평균 1만5000명꼴이다. 이 숫자도 1년 전보다 총 5000명 가까이 줄어서 그렇다.

금융은 일자리가 빛의 속도로 사라지는 대표적 업종이다. 마틴 포드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월가 금융사들은 뉴욕에만 직원 15만명을 뒀다. 이 숫자는 2013년에 10만명 선으로 떨어졌다. 이는 "거래량과 영업이익이 폭증한 가운데" 이뤄진 일이다.

9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천기'를 누설했다. 취임 첫해인 2008년 9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그는 "IT기술은 일자리를 자꾸 줄였다"고 말했다. IT 업계는 발끈했다. 그러잖아도 이 대통령은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없애는 바람에 미움을 바가지로 샀다. 그러곤 전국을 돌며 4대강 토목공사를 독려하고 다녔다.

일자리만 놓고 보면 이 대통령은 선견지명이 있었다. 나도 처음엔 이 대통령을 신러다이트주의자 정도로 봤다. 200여년 전 유럽을 휩쓴 산업혁명 때 러다이트주의자들은 기계를 부수고 공장에 불을 질렀다. 그러나 혁신을 막진 못했다. 길게 보면 산업혁명은 오히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다. 나는 4차 산업혁명도 비슷한 길을 밟을 걸로 기대했다.

그런데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마틴 포드는 "기계가 독립적인 근로자의 지위를 확보해가고 있다"고 말한다. 미숙련 저임 노동자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기자, 의사, 약사, 법률가 같은 전문직마저 위태롭다. 기업은 인건비가 줄면 당장은 좋아한다. 그러나 소득이 끊기면 소비도 끊긴다. 소비가 사라진 자본주의 경제는 꽝이다. 물건을 만들기만 하면 뭣하나. 누군가는 사야 한다. 여기서 기본소득 이야기가 나온다.

문재인정부는 틈만 나면 일자리를 말한다. 일자리위원회 위원장도 대통령이 맡았다. 동시에 정부는 곧 대통령 직속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둘 예정이다. 참 난감하다. 둘은 커피.설탕 같은 보완재가 아니다. 윈윈이 어렵단 뜻이다.
그렇다고 일자리를 버릴 수도, 혁신을 포기할 수도 없다. 문재인정부가 이 뒤엉킨 실타래를 풀 수 있을까. 이제 위 질문의 정답을 말할 때가 됐다.
무점포 카뱅의 직원은 총 320명이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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