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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소프트파워 강국' 대한민국을 기대하며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2 17:18

수정 2017.09.12 17:18

[여의나루] '소프트파워 강국' 대한민국을 기대하며

때로는 백마디 말보다 단순한 숫자가 더 설득력을 높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지수는 짧지만 강렬하다. 우리나라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매년 발표하는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지수 1위 국가다. ICT발전지수는 각종 관련 지표를 바탕으로 각 국가의 ICT 발전 정도를 평가한 것으로 국가 간 ICT 역량을 비교.분석하는 데 활용된다. 우리나라는 2010년 이후 2014년에만 2위로 주춤했을 뿐 매년 1위에 올랐다. 유엔이 발표하는 전자정부 발전지수에서도 우리나라는 세계 최상위권을 유지한다.
유엔이 회원국의 전자정부 수준과 온라인 참여수준을 평가해 격년으로 발표하는 전자정부 발전지수에서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1위를 유지했다. 비록 지난 2016년에는 3위로 내려앉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최고의 전자정부 국가로 꼽힌다. 세계 1,2위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인 국산 휴대폰, TV, 메모리, 디스플레이 등의 국내 대표상품과 ICT관련 각종지수들은 우리나라를 세계에 ICT 강국으로 확고히 각인시켰다.

ICT강국 이미지는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통신분야의 국제표준을 결정하는 ITU 의장단의 우리나라 의석수는 지난해 13개로 일본과 공동 4위다. 지난 2014년에는 정보통신분야의 최고위급 의사결정회의인 ITU전권회의가 아시아에서 20년 만에 부산에서 열리기도 했다. 올해는 글로벌 ICT박람회인 'ITU텔레콤월드 2017' 행사가 부산에서 개최된다.

ICT분야의 높은 위상과는 달리 4차 산업혁명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미흡하다. 스위스연방은행(UBS)이 지난해 처음으로 내놓은 4차 산업혁명 준비 수준에서는 대만(15위)과 말레이시아(21위)에도 밀린 25위에 그쳤다. 이 수치를 맹신할 필요는 없지만 하나의 객관적 평가로 받아들이자. 이참에 4차 산업혁명 지표로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파워지수'를 우리나라가 제안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원료를 투입해서 제품을 만드는 하드파워 중심의 이전 산업혁명과 달리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소프트파워는 뛰어난 상상력을 거대한 혁신으로 만들어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앞서가기 위해서는 기발한 상상력을 만들어내는 토론 위주의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도전의식과 이를 뒷받침하는 투자 위주의 금융 인프라도 갖춰져야 한다. 물론 소프트웨어, 3D프린팅과 같이 상상력을 현실로 구현하는 기술 확보도 중요하다. 이런 항목들로 구성된 소프트파워지수를 만들고 관리하면 타 국가와 비교도 가능하고 우리가 부족한 부분을 빨리 보완할 수도 있다.


성장정체의 늪에 빠져 있는 대한민국 경제는 더 이상 원료를 제품으로 만드는 증기의 힘, 전기의 힘과 같은 하드파워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혁신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소프트파워를 요구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속도는 연구개발(R&D), 교육, 금융, 규제완화, 기업가 정신의 5가지 요소의 곱에서 산출되는 소프트파워지수에서 나온다.
운전석의 속도계(대시보드)처럼 4차 산업혁명의 속도계를 만들어 정부 부처 간, 산업 간 협업의 결과로 나타나는 스피드를 높여야 할 때다.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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