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곽인찬 칼럼] 인터넷銀 때리기 유감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23 17:00

수정 2017.10.23 17:00

빛바랜 은산분리 앞세워 발목잡는 데 열심인 국회
규제 풀어도 모자랄 판에
[곽인찬 칼럼] 인터넷銀 때리기 유감

지난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일부 의원이 인터넷은행을 물고 늘어졌다. 1호 케이뱅크가 은산분리 규정을 어겼다는 것이다. 실망이다. 국회가 세상을 보는 눈이 생각보다 더 좁다는 걸 알았다. 이래서야 어디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혁신성장이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안다면 은산(銀産)분리는 진작에 느슨하게 푸는 게 맞다. 은산분리 자체는 나쁘지 않다.
역사적으로 금융은 산업을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될성부른 기업엔 돈을 더 빌려주고, 싹수가 노라면 회수한다. 그래야 시장이 깨끗하다. 산업이 금융을 지배하면 이런 정화 기능이 사라진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은행과 산업자본 사이에 칸막이를 둔다.

문제는 칸막이의 높이다. 우린 아예 쳐다보기도 힘들다. 은행법에 4% 룰이 있다. 산업자본이 가질 수 있는 은행 지분 한도는 최고 10%다. 하지만 의결권은 4%만 인정한다. 의결권 없는 지분은 팥소 빠진 찐빵처럼 밍밍하다.

과거 4% 룰은 설득력이 있었다. 삼성, 현대차 같은 대기업은 늘 돈이 부족했다. 이때 삼성은행, 현대차은행이 있다고 치자. 계열사 은행장들은 인사권을 쥔 그룹 총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게 재벌의 은행 사금고화다. 은산분리 원칙을 도입한 가장 큰 이유가 사금고화를 막는 데 있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 대기업들은 부자다. 굳이 은행에서 돈을 빌릴 이유가 없다. 은산분리를 다 풀라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 소유한도를 50%로 높여주려 했다. 이때도 삼성.현대차 같은 재벌엔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국회가 거부했다.

은행이 인터넷은행을 하면 만사형통이지 않냐고? 그게 그렇지 않다. 인터넷은행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기술(IT) 기업이다. 따라서 이 일은 KT.카카오 같은 IT 회사가 주도해야 제맛이 난다. 시중은행은 점포만 수천개에 직원은 수만명이다. 인터넷은행은 무점포에 직원은 수백명이다. 둘이 개발하는 서비스가 다를 수밖에 없다.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되기 전 김상조 교수는 '재벌개혁의 전략과 과제' 보고서에서 "은산규제는 결코 수정해서는 안 되는 금과옥조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은행에 대해선 "특례법 내지 특별법 제정 형식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인터넷은행은 은산분리 예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케이뱅크.카카오뱅크 사장은 지난주 국감에서 의원들에게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국회는 마이동풍이다.

금융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관이다. 정무위는 예전에 행정위라고 불렀다. 총리실, 총무처 소관 업무를 다뤘다. 그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가됐고, 1998년에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가 들어왔다. 이름도 정무위로 바뀌었다. 영어로는 'National Policy Committee'라고 쓴다. 문자 그대로 풀면 국가정책위원회다. 어쩐지 어색하다. 국가정책위에서 금융을 다루는 게 말이다.

미국엔 금융을 다루는 위원회가 따로 있다. 하원은 금융서비스위, 상원은 은행.주택.도시위를 뒀다.
이게 정상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해마다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금융(74위)은 경쟁력을 좀먹는 주범이다.
이 순위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금융이 소관 상임위를 기획재정위로 바꾸면 좀 달라질까. 아니면 인터넷은행만이라도 화끈하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 내주든가.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