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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출산율 높이기, 국가예산 효과가 없었다고요?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1 17:02

수정 2017.12.11 17:02

[fn논단] 출산율 높이기, 국가예산 효과가 없었다고요?

인구문제가 국가 어젠다로 본격 부각된 것이 2005년쯤(이해 출산율은 1.08)부터이며 예산은 2006년부터 투입되기 시작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후 2015년까지 지출된 출산관련 예산이 어림잡아 80조~100조원 규모로 집계된다. 그만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출산율이 횡보장세를 못 면한다고 하여 입 달린 자마다 "출산율 높이는 건 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들 말한다. 과연 그럴까? 오늘은 정말 마음먹고 이 문제를 따져보고자 한다.

우선 투입예산 규모가 너무 과장돼 있다. 거론된 액수가 10여년간의 총지출 액수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이 돈을 단일 연도 예산규모로 나누면 그리 큰 게 아니라는 점을 확실하게 하고 싶다. 특히 2010년 이래 관련 예산이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다보니 예산 증액이 강하게 체감될 수 있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상대적으로 저투자 국가다. 여러 국제통계를 참조해볼 때 우리처럼 1000조원 단위의 국내총생산 국가라면 연 30조원 안팎의 예산을 지출해도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그 정도의 반 이하를 지출하면서 출산율은 높아지기를 바라니 이것이야말로 아이들 표현대로 꿈이 너무 야무진 것이다.

다음으로 '예산투입을 늘려도 출산율 제고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주장은 더욱 터무니없는 오해의 말씀이라는 점을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분명히 하고 싶다. 그동안 우리는 전체 여성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총량적 통계에 매몰된 나머지 그 안에서 일어나는 미시적 역동에는 너무 둔감했던 것 같다. 이 점을 서울대 이철희 교수의 연구결과 발표가 분명하게 바로잡을 수 있게 해주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전체 여성이 아니라 기혼유배우 여성을 기준으로 하면 국가예산이 투입되기 시작한 2005년 이래 합계출산율이 꾸준히 증가해왔다고 한다. 2005년에는 1.60이던 것이 2012년에는 2.40으로 올라갔고, 그러다 최근 2016년에는 2.23이라고 한다. 이런 수치의 의미는 자명하다. 그동안 우리나라 출산예산이 주로 보육비 지원과 같이 아이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고 보면 예산을 지원받은 그 집단의 출산율은 예산에 반응을 했다는 의미다. 특히 2012년까지 늘던 수치가 다시 떨어지는 것은 당시까지의 예산 증가가 그 이후 중단됐던 사정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그 80조원의 예산도 지출하지 않았다면 합계출산율은 지금보다도 더 낮았을 것이라는 추정이 손쉽게 가능하다. 또한 그간의 출산지원정책을 그 추세대로 계속해 왔다면 출산율 상승까지도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이 충분히 성립된다. 마찬가지로 향후 예산지원이 미치지 못했던 사람에게까지 지원을 확대해 나간다면 출산율 증가가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매우 합리적으로 가능하다 하겠다.

다행히 근자에 이르러 취업과 주거지원 같은 사업들이 출산예산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방향을 제대로 잡은 셈이다. 앞으로 남은 문제는 예산 혜택을 받은 집단에서 정말 아이를 더 낳는지를 정밀하게 관찰하며 그와 함께 더욱 세분화된 예산투입 계획을 세우고 실현해나가는 것뿐이라 하겠다.
그러니 제발이지 이제 더는 "80조 투자에 예산효과는 제로"라는 식의 비관적 표현은 좀 거둬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재인 전 한국보육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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