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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익의 재팬톡!]비트코인 열풍 주도하는 韓日...30대 이하 투자자 급증

전선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3 13:00

수정 2017.12.14 09:28

- [재팬톡 외전: 코인톡!] 비트코인 너 뭐니? ①
- 비트코인 전세계 거래량 40% 日 엔화
- 日 제도권 인정 후 시세 차익 노린 투기성 투자 90% 차지
- 日 1년 사이 급증한 투자자들 60%가 30대 이하
- 비트코인 성장세 이끈 ‘하드포크’
- 비트코인은 가상화폐의 기축통화
비트코인[AP=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비트코인[AP=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도쿄=전선익 특파원】지난 한 달 동안 한국을 들썩이게 만든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비트코인’입니다. 올해의 키워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비트코인을 이야기 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웃픈말로 한국사람 2명이 모이면 적어도 한번은 비트코인 이야기를 한다고 할 정도로 관심이 높습니다.

한국 정부는 투기로 번지는 비트코인 투자를 우려해 ‘전면규제’까지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합니다. 외국 언론들은 앞 다퉈 한국의 기이한 쏠림현상을 보도하며 “과연 한국 사람들 중에 비트코인을 제대로 이해하고 투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를 묻습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도쿄의 한 캡슐형 호텔 종업원이 3일 비트코인 결제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도쿄의 한 캡슐형 호텔 종업원이 3일 비트코인 결제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이런 현상은 일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10~11월 비트코인 거래량의 40% 이상이 일본 엔화로 거래됐습니다. 미국 달러를 넘어 세계 최대의 점유율을 차지한 것입니다. 지난 2016년은 중국 위안화가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90%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9월 중국 당국이 거래소를 사실상 강제 폐쇄해 현재 중국 위안화의 점유율은 거의 ‘0’%까지 하락했습니다.

일본은 지난 4월 가상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는 ‘자금 결제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이후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채택한 기업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비트코인의 성장세를 이끌었습니다.

비트코인이 제도권 화폐로 인정되자 이를 결제수단이 아닌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종목으로 삼는 개인도 크게 늘었습니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투기성 거래가 개인투자자들 거래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신문은 “가격 변동성의 크기에 끌려 주식과 외환증거금거래(FX)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의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플라이어(ビットフライヤー)는 이용자수가 지난해 말 대비 2.5배 증가했다고 합니다. 놀라운 것은 이중 60%가 30대 이하라는 점입니다.

또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 테크뷰로(テックビューロ)의 아사야 타카오 사장은 닛케이신문을 통해 “일본에서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사람이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고등학생 '비트코인 플래티넘' 사기극 트위터
한국 고등학생 '비트코인 플래티넘' 사기극 트위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비트코인 투자. 이것은 한국만의 일이 아닌 세계적 시대의 흐름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지난 11일 한 고등학생이 ‘비트코인’ 하드포크와 관련된 사기를 저질러 목숨을 위협받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경찰은 이 학생의 신변을 보호하고 해당 사건을 조사 중입니다.

‘비트코인’ 하드포크란 쉽게 말해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기술을 업데이트하면서 새로운 가상화폐(신체계 기반)가 분리돼 나오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경우 기존의 비트코인 수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새로운 가상화폐를 덤으로 받게 돼 추가 이익이 발생합니다.

이 학생은 “하드포크가 실패할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그것을 이용해 공매도로 돈을 벌려고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비트코인 열풍의 이유를 한가지로 단정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 하드포크가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의 고교생이 하드포크를 이용해 돈 벌 생각을 할 정도로 말입니다.

레저(Ledger)사의 콜드월렛 '나노 S' /사진=fnDb
레저(Ledger)사의 콜드월렛 '나노 S' /사진=fnDb
처음 비트코인이 ‘비트코인 캐시(8월1일)’로 분리될 때 만해도 시장은 기대보다 우려가 컸습니다. 실물이 없는 가상화폐니 전산오류로 뭔가 잘못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하드포크 도중 잘못되면 모든 거래 내역이 지워질 수도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을 오프라인으로 저장하길 권장한다”고 말해 우려를 더욱 가중시켰습니다.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거래하는 일본에서는 비트코인을 오프라인으로 저장해 주는 지갑 역할을 하는 ‘콜드월렛’이 기존가의 3배 이상에 팔리는 현상도 발생했었습니다.

시장은 크게 요동쳤고 많은 사람들, 특히 ‘개미’들은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하드포크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없이 투자에 뛰어든 사람들일수록 단편적인 정보를 의지해 손실이 컸습니다.

갈수록 늘어나는 비트코인 가맹점 [플릭커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갈수록 늘어나는 비트코인 가맹점 [플릭커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은 잘못된 기술도 아니고 사기도 아닙니다. 비트코인은 투기의 대상도 아닙니다. 무턱대고 “OO가 그걸로 1주일 만에 몇 천만원을 벌었데”라는 말을 듣고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주관적으로 비트코인은 새롭게 생성되는 가상화폐들을 거래하고 가치를 매겨줄 수 있는 가상화폐계의 기축통화라고 생각합니다. 또 ICO(Initial Coin Offering)에 참여할 수 있는 통화이기도 합니다.

일본,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단기간에 가상화폐 범죄가 급증하고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무법지대를 보는 듯합니다.
정부의 올바른 정책이 필요한 때입니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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