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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정호성에 朴수석비서관 회의 발언 불러줘"..법정서 녹음파일 공개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3 14:43

수정 2017.12.13 14:43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할 문구까지 불러주는 등 국정 운영에 구체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추가로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3일 최씨의 속행 공판에서 최씨가 국정에 깊이 개입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검찰이 제출한 정 전 비서관과 최씨의 휴대전화 통화 녹음파일을 재생했다.

녹음파일 내용에 따르면 최씨는 2013년 말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논란과 관련해 정국이 어지러울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떠나려 하자 수석비서관 회의나 국무회의를 통해 당부 말을 남기고 떠나라고 제안했다.

최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외국 가시기 전에 대통령님이 기자회견이나 그런 식으로 이야기한 게 없었느냐"며 "한 번 이렇게 부탁한다고 거론하고는 가셔야 할 것 같은데.."라고 했다. 최씨는 이어 "언제가 좋아요? 국무회의를 하든가.."라며 "당부의 말씀은 하고 가셔야지 그냥 훌쩍 가는 건 아닌 것 같아. 외국만 돌아다니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 제안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나서기 전 실제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일정이 잡혔다.
언론에 당일 공개되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대통령 모두발언은 통상 정국 현안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최씨는 정 전 비서관이 통화에서 "톤을 어떤 식으로.."라고 묻자 댓글 의혹 사건의 진상 규명에 대한 의지는 꼭 밝혀야 한다는 취지로 방향을 잡아줬다.

특히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의 발언 문구를 직접 정 전 비서관에게 불러주기도 했다. 최씨는 "'내가 요구했음에도 계속 이렇게 예산을 묶어둔 채 가는 건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고 국민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1년 동안 이렇게 가는 것이, 야당한테 이게 진짜 국민을 위한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이런 식으로 한 번 하고요"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정호성은 각종 현안을 대통령 보고 전 최씨에게 보고하고 최씨는 정호성에게 지시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국정에 반영한 사실이 확인된다"며 "대통령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씨 측은 "최씨 아이디어에 따라 국정 기조를 정했다는 것은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당선시킨 유권자 모독에 가깝다"며 "최씨는 대통령의 숨은 조력자로 대통령에 걸맞은 이야기나 조언을 한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14일 심리를 모두 마무리하는 결심공판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은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형이 이뤄진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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