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토픽

죽은 아빠 '시체'와 하루 보낸 아이들

전채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30 10:49

수정 2018.01.30 10:51

죽은 아빠의 '시체' 곁을 지킨 아이리스와 펄./헬렌 데이킨 페이스북
죽은 아빠의 '시체' 곁을 지킨 아이리스와 펄./헬렌 데이킨 페이스북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죽은 아빠의 ‘시체’ 곁을 하루 동안 지킨 아이들이 있다.

영국 핼리팩스에 살던 크리스 데이킨은 1년 전쯤 갑작스런 심부전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전업주부였던 크리스는 딸들을 돌보던 중이었고 아내 헬렌 데이킨은 출장으로 집을 비운 상황이었다. 두 사람의 딸들인 아이리스와 펄은 각각 2살, 4살이었다.

펄은 몇 주 전부터 어린이집(Nursery School, 3~4세 아이가 다니는 학교)을 다니기 시작했다. 사고 당일 펄이 수업에 나타나지 않자 어린이집은 부랴부랴 크리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크리스는 이미 전날 밤 숨을 거뒀기 때문이다.

엄마 헬렌도 같은 날 아침 크리스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느라 받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했고 나중에도 전화를 받지 않자 전화기를 잃어버린 것으로 추측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집으로 가는 기차에서 헬렌은 남편이 죽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늦은 오후가 되어 집을 방문한 아이들의 할머니는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고 한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배달 된 우유는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할머니는 경찰을 불러 집 안으로 들어갔다. 결국 크리스는 침대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다. 그는 밤사이 급성 심부전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이들은 거의 24시간 동안 죽은 아빠의 시체와 함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크리스가 죽은 줄 몰랐던 아이들은 하루 종일 아빠를 깨웠다고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또 아이들은 아빠가 그저 아픈 줄로만 알고 소화제를 입에 넣어 준 사실도 알려졌다.

헬렌은 크리스가 전화를 받지 않았을 때 어린이집측에서 자신에게 전화를 한 번만이라도 했더라면 아이들이 이런 일을 겪지 않을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행복한 모습의 데이킨 가족./헬렌 데이킨 페이스북
행복한 모습의 데이킨 가족./헬렌 데이킨 페이스북
그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나오지 않았을 때 이들이 대처하는 방식이 강화됐으면 하는 바램에서 지금이라도 이 이야기를 털어놓기로 했다고 전했다.


헬렌은 펄이 아직까지도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또 펄이 허락하지 않으면 방에서 마음대로 나갈 수 없다며 아직까지도 딸들이 당시 상황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딸들이 무사하다는 것을 감사히 생각하고 있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교육기관의 대응 방식이 개선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cherry@fnnews.com 전채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