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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톡>중국의 무소불위 '샤프 파워'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08 14:53

수정 2018.02.08 14:53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강대국이 주변국에 힘을 과시할 때 하드 파워 혹은 소프트 파워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압도적인 군사력이나 경제력으로 상대국을 억누르는 게 하드파워라면, 일종의 문화제국주의를 기반으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소프트 파워다. 그런데 요즘 중국의 대외 외교행보를 두고 '샤프파워'(Sharp Power)라는 표현이 대세를 이룬다. 샤프 파워는 막대한 음성자금, 경제적 우위, 스파이를 동원한 유인 및 매수 등 음성적인 편법 탈법 수단을 동원해 상대국을 압박하고 자국의 절대이익을 챙기는 힘을 말한다.

중국의 샤프 파워 관련 폐해 사례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어구를 인용했다가 중국에서 거센 비판이 일자 사과한 게 최근 사례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델타항공은 지난달 티베트 지역과 대만을 독립 국가로 표기했다가 중국으로부터 곤혹을 치렀으며 스페인 의류 브랜드 자라도 자사 웹사이트에 대만과 티베트를 올렸다가 중국 당국의 항의를 받았다.

이같은 사례는 약과에 불과하다. 호주 등 주요 국가내에서 스파이 활동을 비롯해 해당국의 법적 제도적 영향력까지 키워가는 경우도 제기되고 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갈등으로 한국 기업에 겨냥했던 경제보복 조치는 중국이 자국 이익에 위배되는 국가들을 다스리는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중국도 할 말이 많다. 서구 국가들이 과거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후진국을 압도하던 전례는 어떤 면에서 보면 샤프파워보다 더 잔혹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국 이익을 지키기 위한 수단을 동원하는 걸 두고 주변국에서 배놔라 감놔라 할 수도 없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사설에서 "샤프 파워는 서구 미디어가 중국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관적 가치 판단에 불과하며, 서구의 편견을 보여주는 '의사 학술적'(pseudo-academic) 개념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중국의 샤프파워가 무소불위의 힘으로 작용하는 것을 두고 서구 국가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그러나 뾰족한 대안을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딜레마 문제가 등장한다. 샤프 파워는 두가지 딜레마 속에서 탄생했다. 우선, 중국의 거대한 세력확장이 두려우면서도 중국 시장에서 이익을 얻고자 하는 이중성을 파고든 게 바로 샤프 파워다. 더욱 큰 딜레마는 바로 늙은 대륙의 무력감이다.
유럽과 미국이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로 글로벌 경제를 쥐락펴락하던 시절이 지나고 혁신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중국의 거대한 성장 앞에 나약해졌다. 서양과 동양의 거대한 충돌 속에서 무기력해진 서양과 허를 찌르는 전략전술을 구사하는 중국과의 대결 구도가 현재의 모습이다.
샤프 파워에 대한 처방책 마련은 두 가지 딜레마에서부터 찾아가야 한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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