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근로시간 단축’ 환노위 통과] 中企 "야근 없애고 사람 더 뽑으라니… 현장 무시한 발상"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7 17:39

수정 2018.02.27 21:11

근로시간 단축법 파장
개정안 존중하지만 보완 필요..특근수당 줄면 근로자도 불만
못쉬는 서비스업 등은 박탈감..재계도 "유급휴일 등 보완을"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근로시간 단축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와 관련한 여야 3당 간사 기자간담회에서 합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간사, 홍 위원장, 임이자 자유한국당 간사, 김삼화 바른미래당 간사. 사진=김범석 기자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근로시간 단축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와 관련한 여야 3당 간사 기자간담회에서 합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간사, 홍 위원장, 임이자 자유한국당 간사, 김삼화 바른미래당 간사. 사진=김범석 기자

"직원들 특근시키지 말고 사람을 더 뽑으라는 이야기인데 현장을 전혀 모르고 나온 발상이다. 수주량과 업무량이 불확실하고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사람을 더 뽑을 여력이 없어 힘들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는 업체와 근로자 모두 불만이라는 분위기다."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근로시간 단축법안이 통과된 데 대해 경기 시흥 반월시화공단에 있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이같이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국회 환노위가 "노사가 주장한 의견에 대해 균형을 맞춘 결과"라고 호소했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현장에서는 가뜩이나 심한 인력난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기업계는 이번 개정안을 존중한다는 뜻을 보이면서도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월시화공단에 있는 다른 제조업체 대표는 "직원 중에서도 특근하고 (급여를) 더 받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들도 특근수당을 더 받을 수 없게 됐다"며 "업체 입장에서도 새로 사람 뽑으려면 일이 꾸준하게 있어야 하는데 불확실한 상황에서 선뜻 뽑기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레미콘 공장의 경우 근무환경이 열악한 편이어서 구인광고를 해도 사람이 오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근로시간까지 단축하면 납기를 어떻게 맞출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에게 '갑'인 건설업체가 제품이 언제까지 필요하다고 하면 우리는 현장에서 지장이 없도록 제품을 제때 공급해야 하는데, 근로시간 단축이 현실화되면 그 요구를 어떻게 맞출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제지업계 관계자도 "대부분이 중견.중소기업으로 구성돼 있는 제지업계도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며 "업체별로 사정은 다르겠지만, 3교대 사업장을 없앤 이후의 인력 운용과 협력업체 관리 문제 등이 모두 비용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이날 논평을 통해 "휴일에도 쉬기 어려운 서비스업 종사자나 인력이 부족한 소기업의 상대적 박탈감과 비용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영세기업들의 구조적·만성적 인력난이 2023년까지 다 해소되기는 어려운 만큼 정부는 현장의 인력실태를 지속 점검하고 인력공급 대책, 설비투자 자금 등 세심한 지원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며 "국회도 추후 예정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노동제도 유연화에 대한 논의도 성실히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상공인업계도 최저임금 인상에 더해 근로시간까지 단축되면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식당 등 현장에서는 주중보다는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근로시간을 줄이면 저녁과 주말 장사를 하기 힘들어지는 등 현실적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이어 "소상공인 업종에 한해서는 고용주와 근로자가 합의 시 근로시간 연장을 인정해야 한다"며 "특례업종을 전체 소상공인 업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환노위는 근로시간 단축법안에서 사실상 무제한 근로가 가능하도록 허용했던 '특례업종'을 기존 26종 가운데 21종은 폐지하고 5종(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운송서비스업, 보건업)만 유지하기로 했다.

한편 재계에서는 개정안에 대해 존중의 의사를 나타내면서도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환노위 합의는 오랜 기간 대법원 판결과 입법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산업 현장의 연착륙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논평했다. 경총은 그러나 공휴일 유급화와 특례업종 축소(26종→5종)는 문제가 우려된다며 보완 입법을 촉구했다.
경총은 "유급 주휴일도 전 세계적으로 관례가 드문데 공휴일까지 법정 유급휴일로 하는 것은 영세기업의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추광호 일자리전략실장은 "환노위의 근로시간 단축법안 의결이 고질적 장시간 근로관행을 개선하고 효율적 근로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추 실장은 이어 "다만 근로시간 단축과 특례업종 축소로 인한 생산차질과 인건비 증가,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 전면 도입에 따른 영세기업 부담 가중 등의 부작용이 최소화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을 선진국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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