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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틸러슨 해임과 중용되는 '트럼프맨'

장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4 14:43

수정 2018.03.14 15:28

사진=파이낸셜뉴스, 악수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틸러슨 국무장관
사진=파이낸셜뉴스, 악수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틸러슨 국무장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경질한다고 발표하자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수용한 뒤 외교 수장을 교체하는 카드를 꺼낸 든 셈이어서 '과연 트럼프'라는 감탄사를 내뱉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려는 틸러슨 장관에 대해 "시간 낭비 하지 마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을 전격 수용한 뒤 외교 수장을 내친 것이다.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선 "감정적이고 충동적"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그의 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이상하지 않다는 분석도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 왕국 '트럼프 월드'를 세우는 과정을 기록한 자신의 자서전 <협상의 기술>에서 자신의 전략은 변동성이 심하다면서 상대방의 의표를 찌르기 위해 불확실성을 즐긴다고 기술하기도 했다.


■ 지난해 루머 대로 해임된 틸러슨과 트럼프맨 폼페이오
틸러슨 국무장관의 후임으로 낙점된 폼페이오 CIA국장은 대북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의견이 잘 맞는다고 알려진 인물이어서 최근 남북 관계개선 무드와 관련해 국내에 긴장감을 안긴다. 미국에선 4월 중 인사청문회가 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지난해 11월만 하더라도 '틸러슨 경질설'이 미국에선 파다했다. 틸러슨 장관이 작년 10월 대북 협상을 거론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이후 폭스뉴스 등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틸러슨 장관을 해임하고 북한에 대한 입장이 유사한 폼페이오 CIA국장이 국무장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하지만 12월1일 트럼프 대통령은 전매특허인 트윗을 통해 이같은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fake news)라면서 강력하게 부인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달만 하더라도 방송에 나와 "내가 사임할지 여부는 나만 안다"면서 국무장관직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최근엔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큰 의욕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런 그가 아프리카 출장 중에 해고 통보를 받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을 수락한 것은 틸러슨 장관과 상의 없이 단독으로 결정한 사항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윗을 통해 "폼페이오 신임 장관은 판타스틱(fantastic)하게 일 할 것"이라며 틸러슨 장관에게는 짧은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틸러슨 장관이 쫓겨나게 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운 각 인사들의 미래도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와 각을 세웠던 유화적인 인물들이 더 나가게 되면 강경파들이 득세해 북미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폼페이오 국장이 '트럼프맨' 다운 충성심을 보이고 있어서 북미 관계 재악화에 대한 우려는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예컨대 폼페오 국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진정한 성과였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극찬한 데서 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안전자산선호, 그리고 보호주의
금융시장에선 미국 외교수장 교체에 따라 안전자산선호가 부각됐다.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신과 코드가 잘 맞는 강경파를 앉히면서 금융시장은 안전자산선호를 강화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이런 무드에서 투자자들은 주식 보다는 채권을 선호하게 된다. 주식은 경제나 정치 관련 불확실성을 싫어하고 채권은 이를 반기기 때문이다.

다만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차 커지면 주식, 채권을 막론하고 외국인이 한국물을 회피할 수도 있다. 최근까지 외국인은 한국 채권을 꾸준하게 사고 있다.

일반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감정적 행동'을 한다고 보는 사람이 많지만, 나름대로 계산된 행동이어서 주의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들도 금융시장에 적지 않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어찌됐든 걸물임에 틀림없다"면서 "맞든 틀리든, 항상 한발 앞서 가고 남을 놀래키는 재주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트럼프가 그냥 기분대로 행동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금융시장 역시 트럼프의 '계산된' 돌출 행동을 이해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어쨌든 트럼프의 돌출행위는 계속될 것이어서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다 실질적인 주식시장의 우려(채권시장의 기대)는 트럼프 주위를 보호주의자들이 감싸는 경우다.
사실 틸러슨 장관은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재협상 등 무역정책에 온건한 입장을 보여 트럼프 대통령의 미움을 산 측면도 있었다.

간밤에 뉴욕 주가가 불확실성 증대, 특히 보호 무역주의 득세 가능성에 하락하고 안전자산인 미국채 가격이 올랐던 이면엔 트럼프의 인사스타일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트럼프가 등용하는 인물들 면면이 보호주의자들로 메워지고 있어 금융시장이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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