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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문재인 대통령은 지켜내자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1 17:02

수정 2018.03.21 17:02

[fn논단] 문재인 대통령은 지켜내자


급기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만약 영장이 발부된다면 서울구치소는 이제 대한민국 대통령이 임기 후 거쳐나가는 청와대 후문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대통령이 되면서 누가 그 문을 거쳐 갈 것으로 상상이나 했겠느냐만 결과적으로 모두가 그리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 일이 개인의 수치가 아니고, 온 국민의 부끄러움임을 느끼며 함께 책임져야 할 일이라 생각하게 된다.

이제는 우리 국민의 자존감을 다시 찾기 위해서라도 현 대통령부터는 존경받고 사랑받는 전직 대통령으로 세워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려는 뜻과 노력이 성공하도록,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품격을 지켜보려는 그의 인내'가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데 이어지도록, 다음의 두 가지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대통령의 의지를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을 만들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어찌 자기의 생각이 없을 수 있으며,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으며, 기회 있을 때에 해보고 싶은 일이 없을 수 있을까마는 신뢰를 받는 측근이 대통령의 뜻을 빌려 자신의 생각, 자신의 안위, 자신이 하고픈 일을 도모할 때, 아무도 견제하지 않으면, 견제할 수 없으면, 대통령은 망가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자 그때까지 헌신했던 최측근인 소위 3철이 대통령 재임기간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그 약속을 지키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들이 떠난 빈자리를 차지한 무수한 다른 3철들이 떠나간 3철만큼이나 자신을 경계하며 대통령의 의지가 왜곡되지 않도록 서로의 일을 살펴볼 수 있어야만 그들의 물러섬이 가치 있을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 없는 타협은 없다'는 대통령의 의지에, '최소한 자신의 임기가 시작되고 언론장악 시도는 없었다'는 대통령의 믿음에, '자유민주주의의 헌법정신을 지켜가겠다'는 대통령의 진정성에 누구도 '私'를 끼워 넣지 못하도록 서로를 경계하고 지키시라.

두 번째는 대통령의 품격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정의사회'는 온 국민의 소망이기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임기 내내 이를 입에 달고 산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과거 정권들의 '정의사회 구현'이란 구호는 '적폐청산'으로 바뀌었다. 솔직히 적폐라는 단어는 이번 정권이 사용하면서 그 의미를 새삼스레 알게 됐다. 당연히 정의로운 미래를 위해 나라를 좀먹는 '오래 쌓여 관습이 된 잘못'은 바로잡아야 하는 일이기에 환영하면서도, 용어의 생경함과 함께 왠지 조급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편치 않게 만드는 방법으로 진행하는 것 같아 염려스럽다.
방송국 임원에게서 임기 전 사표를 받아내기 위해 벌어진 일련의 과정들, 잘못된 공관병 활용 관행을 바로잡는다고 40년을 군에서 보낸 4성 장군을 언론의 도마에 올리는 방법 등이 절대로 문재인다운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긴 호흡으로, 품격을 갖추면서, 대통령에게 무조건적 반대 의사를 가진 국민들조차도 수긍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가자. 그래야 어디 두고 보자는 불필요한 원망이 대통령을 향하게 하는 일의 반복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현 대통령마저 퇴임 후에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경우는 상상도 할 수 없다. 다시는 그런 수치스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가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내자.

한헌수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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