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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톡] 美 대만여행법이 불러올 파장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2 17:03

수정 2018.03.22 17:0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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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이슈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고 있는 게 바로 대만여행법이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관세폭탄을 때리겠다며 연일 압박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중국은 최근까지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의 길을 여는 개헌안 통과에 몰입해왔다. 그런데 이 같은 뜨거운 이슈 와중에 대만여행법이 시행되고, 미국의 고위 관리가 대만을 전격 방문했다. 미국 관리의 대만 방문에 대해 중국 당국이 즉각적으로 유일하게 가동하고 있는 랴오닝 항공모함을 대만해협에 진입시켜 위협한 것은 중국의 격한 반응을 대변한다.

이 법은 미국 관리가 대만을 방문하고, 대만 정부 인사를 만나는 것을 허용하는 동시에 대만 고위 관료가 미 국방부를 포함해 미 정부 인사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지난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며 대만과 단교하면서 대만과 직접적 교류를 피해왔지만 대만여행법 서명으로 교류의 물꼬를 튼 셈이다.


중국에 있어 대만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기본틀을 유지하는 데 있어 절대적으로 중요한 대상이다. 따라서 시진핑 주석이 절대 1인 권력으로 급부상하는 잔칫날에 미국이 대만여행법 시행과 고위관리 파견이라는 폭탄을 투하한 것과 같다. 중국과 대규모 무역전쟁을 앞두고 있는 미국이 대만여행법을 통해 단단히 기선 제압에 나선 형국이다.

대만여행법을 둘러싼 양국 간 기싸움은 당분간 고조될 조짐이다. 관영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가 공동 사설로 "우리는 미국의 대만여행법 시행에 반격을 해야 한다. 대만을 방문한 미국 국방부 및 국무부 고위 관리들을 재임 기간 중국에 초청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게 대표적이다. 자국 입장과 배치된다면서 대만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료들을 자국 방문 금지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일이 벌어질 태세다.

미국의 대만 지지에 대한 입장도 강경한 분위기로 돌변한 상황이다.
미국의 대만여행법 발효 후 미국 고위급 인사로 처음 대만을 방문한 알렉스 웡 미국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가 "정부가 바뀌거나, 총통이 교체되더라도 대만을 공식 인정하는 미국의 입장은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대만을 포기할 뜻이 없음을 강조한 점이 예사롭지 않다. 그는 이어 "역내 권력질서가 재편된다고 해서, 새로운 도전이나 위협 요인이 생겼다고 해서 미국의 입장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내 패권구도의 변화라든지 미국과 대만 내 권력과 정권의 변동 등 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긴밀한 동반자관계가 되겠다는 의미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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