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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식 전 금감원장, 하나은행 채용비리 확인...32건 정황드러나

홍석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2 09:06

수정 2018.04.02 10:38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당시 하나금융지주 사장)의 지난 2013년 하나은행 채용 비리 정황이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이 과정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개입한 것으로 추정했으나, 하나금융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13일부터 4월2일까지 하나은행의 2013년도 채용 업무의 적정성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신입행원 최종합격자 229명 중 추천 등에 따른 특혜 합격자는 32명으로 파악된다고 2일 밝혔다. 또한 동일한 직무에 대해 남녀 채용인원을 달리 정해 커트라인을 차등 적용하는 등 남녀 차등채용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채용비리 사례를 보면 '최흥식 부사장 추천'으로 표기된 지원자는 서류전형 점수가 합격기준에 미달했으나 서류전형을 통과해 최종 합격했다.

최종합격으로 표기돼 실제로 추천특혜로 합격한 합격자의 추천자는 추천항목에 '김 아무개(회)'로 기재돼 있는데 '김 아무개'는 2013년 당시 하나금융의 인사전략팀장으로, 팀장 이름 뒤에 '(회)'라고 적시된 것을 놓고 당시 지주 회장이었던 김정태 회장의 청탁이 있었던 게 아니냐고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성일 부원장보는 "(김정태 회장의 채용비리에 대해) 추정은 되지만 확인은 되지 않았다"면서 "김정태 회장 본인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하나은행은 하나은행장이 추천한 지원자 6명의 지원서에 '짱'이라고 표시하고 이들 중 4명을 합격시켰는데, 이중 3명은 합격기준에 미달했지만 최종합격했다. 하나은행장은 친구 아들 2명, 타금융지주 임원이 부탁한 직원 자녀 2명을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대표였던 함 대표는 A시 시장 비서실장 자녀를 추천했고, 이 지원자는 합숙면접 점수가 합격기준에 미달했지만 임원 면접에 올라 최종합격했다. 당시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대표는 함영주 행장이다. 하나은행 부행장은 고등학교 동기의 부탁으로 그 자녀를 추천, 지원서에 '반드시 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표시하고 합격시켰다.

하나은행은 이 같은 방식으로 2013년 당시 행내외 주요인사의 추천을 받은 지원자 105명 중 16명을 특혜 합격시켰다.

또한 당시 채용과정에서 성차별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나은행은 최종 임원면접에서 합격권 내의 여성 2명을 탈락시키고 합격권 밖의 남성 2명의 순위를 상향조정해 합격시켰다. 이와 함께 실무 면접에서 B대학교 졸업자 9명이 합격권임에도 일괄 탈락시켰고 합숙 및 임원 면접단계에서도 명문대 지원자를 중심으로 원점수 기준으로는 불합격권인 12명을 합격 처리하는 등 명문대, 해외유명대학 등을 우대해 14명이 특혜 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은행은 동일한 직무에 대해 남녀 채용인원을 사전에 달리 정하는 등 남녀 차등채용을 서류전형(계량평가) 단계부터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하반기의 경우 사전에 남녀 4:1 비율로 차등해 채용하기로 한 정황이 나타났고 실제 채용된 남녀비율은 5.5:1로서 더 차등적으로 채용했다. 이에 따라 여성 커트라인이 남성에 비해 월등하게 높게 나타났다.

한편 하나금융지주는 이번 금감원 채용비리 검사 결과에 대해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행장의 채용비리 정황을 부인했다. 하나금융지주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채용비리 의혹) 지원자도 모르고 지원자 부모도 모르며 추천 사실 자체가 없다"고 해명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추천건과 관련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해보니 해당 시청 입점 지점의 지점장이 추천한 것"이라면서 "함 행장은 추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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