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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포스코 50년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2 16:38

수정 2018.04.02 16:38

1880년대 후반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건설계획엔 두 가지 안이 있었다. 하나는 돌로, 하나는 철로 짓는 것이었다. 당시 가장 높은 탑은 미국이 1884년 워싱턴에 돌로 지은 오벨리스크였다. 에펠탑은 오벨리스크의 2배 높이였다. 파리 시는 철탑 구상안을 채택했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값싸게 탑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에펠탑에는 7300t의 철이 들어갔다. 철강을 대량생산할 능력이 없었다면 에펠탑이 없었을지 모른다.

인류 역사는 철을 빼고 말할 수 없다. 트로이 전쟁 당시 도리아인은 철제 무기로 미케네인을 눌렀다. 1870년에 일어난 프로이센.프랑스(보불) 전쟁의 승패를 가른 것도 철강기술이다. 철강회사 크루프가 프로이센의 보물이었다. 지금의 티센크루프다. 프랑스 병력은 먼 곳에서 정확하게 날아오는 크루프포에 밀렸다.

한국은 1950년대 후반에야 종합제철소를 만들겠다는 꿈을 키웠다. 하지만 돈이 없어 10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했다. 세계은행(IBRD)은 "한국에 제철소를 지으면 투자금을 날릴 것"이라는 보고서를 썼다. 선진국 차관은 줄줄이 무산됐다. 박태준 포항제철(현 포스코) 사장은 대일청구권 자금을 전용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대일청구권 자금이란 일본이 식민지배에 대한 보상으로 한국에 준 돈이다. 수년간 물밑작업 끝에 포항제철은 1968년 4월 1일 직원 34명을 모아 첫삽을 떴다. 박 회장이 직원들에게 "제철소 건설에 실패하면 모두 우향우 해서 영일만에 빠져 죽자"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포스코가 지난 1일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매출은 1973년 416억원에서 지난해 60조원을 넘고 영업이익도 4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50년 만에 매출이 140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포스코는 창립 100년이 되는 2068년 500조원의 매출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당장은 상황이 녹록지 않다.
미국이 보호무역 수위를 높이는 데다 중국 업체의 물량공세도 위험요소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철강, 아연 등을 빼고는 세계 최고 위치에 있는 산업이 없다"면서 "리튬, 바이오 산업 등 소재산업 쪽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회장의 해법이 100년 기업의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

ksh@fnnews.com 김성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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