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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기업 ‘氣 살리기’

[차장칼럼] 기업 ‘氣 살리기’

"통상 정권 1년차에는 전 정권과 차별화를 위해 '대기업 때리기'에 나서지만 정권 2년차는 국민들이 '경제 성적표'에 더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대기업 다독이기'를 시작할 것입니다."

연초 사석에서 만난 한 대기업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대기업들이 올해는 다른 대접을 받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정부가 어떤 형식으로 언제 손을 내밀지 모르기 때문에 올해 투자계획과 고용계획을 다시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기업들은 정권 교체를 전후로 인한 사회 혼란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어 있었다. 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를 보면 잘 나타난다. BSI가 기준치 100보다 높을 경우 경기를 긍정적으로 응답한 기업 수가 부정적으로 응답한 기업 수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종합경기 BSI 실적치는 지난 2015년 5월부터 무려 35개월간 100 선 아래를 기록했다. 지난 3월도 99.1로 조사됐다.

1.4분기가 지난 지금 그 CEO의 바람은 아직 '희망사항'에 머물러 있다.

주요 대기업에 대한 재판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검찰의 칼날 또한 서슬 퍼렇다. 대기업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검찰 고발도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공정위는 대기업 지배구조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주요 진보 언론들도 경쟁적으로 '대기업 때리기'에 나섰다.

그래서일까. 재계 맏형인 삼성그룹 임직원 사이에선 "삼성이어서 죄송하다", 즉 "삼송합니다"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회자된다. 삼성은 지난달 22일 창립 80주년을 맞았지만 별도의 창립기념 이벤트를 열지 않았다. 그 대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자원봉사를 지난 한 달간 진행했다.

이처럼 대기업의 사기는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정부의 작은 움직임에도 소스라치게 놀란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에 온 힘을 쏟아야 할 때에 정부 눈치 보기만 급급하다.

어떻게 하면 이 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뻔한 답 같지만 결국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기업의 손을 먼저 잡는 순간, 대기업들의 마음도 봄날 눈 녹듯 풀릴 것이다.


BSI는 전망치와 실적치로 나뉜다. 비록 3월 실적치는 99.1로 나타났지만, 지난 2월 조사한 3월 전망치는 100.2를 기록하며 22개월 만에 100 선을 회복했다.

문 대통령이 충북 진천에 있는 한화큐셀 태양광 셀 생산공장을 방문하고, 현대자동차가 올해 선보일 수소 자율주행차 '넥쏘'에 올라 경부고속도를 달린 때가 바로 BSI 전망치를 조사한 2월이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산업부